새누리당 전임 원내대표였다가 국회법 파동으로 물러난 유승민 의원(57) 선친(先親) 유수호 전 의원(향년 84세)의 빈소는 여야, 전·현직을 막론한 정치인의 조문행렬이 이틀째 이어졌다.
그러나 전직 원내대표의 상가(喪家)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측에서 온 조문객의 경우 비서관급 이상의 인물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 의원을 지목해 언급한 '배신의 정치'가 불러온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빈소의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의 (공천은) 어렵지 않다"며 공천 여부는 "지역구민들의 뜻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9일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의 공천이 어렵지 않나, 한 마디 해 달라"는 질문에 "유승민이 어려운 것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유 의원은) 당의 핵심 자산"이라며 "언론이 이러는 것(공천을 염려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내쳐서는 안 된다"고 한 발언 중 내쳐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쳐지는 것은) 지역 주민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국회법으로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유 의원과 측근 의원들에 대한 청와대발(發) '공천 학살'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내건 '상향식 공천'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날 김 대표는 조문객들을 일일이 대면하며 유 의원과의 오랜 친분을 강조했다.
그는 "유승민과 나는 형제"라며 유 의원을 '까칠한 동생'에 빗대기도 했다. 자신이 맏형 몫으로 유 의원의 원내대표 사임 사건에 있어 어려운 악역(惡役)을 맡았었지만, 과거 같은 친박(親朴·친박근혜) 진영에 몸담았을 당시 동고동락했던 사이였음을 회고했다.
김 대표는 앞서 조문을 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의 인연에 대해 거론하며 "유 의원이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왔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또 문상 온 한선교 의원과 유 의원을 차례로 손짓하며 "요래 요래 박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라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 대표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이날 문상객 중에는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한 듯 청와대 측의 조문 인사가 보이지 않았다.
김 대표를 비롯해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조문을 했지만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수석비서관 등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박 대통령의 조화(弔花)가 배달되지 않아 논란이 있던 참이었다.
이와 같은 풍경에 대해 문상 온 한 초선 의원은 "계곡의 골이 깊은 만큼 산이 높아지려나 보다"는 말로 둘러댔다.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유 의원이 앞으로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평가다.
하지만 유 의원과 가깝고 지역구도 근접한 대구 지역 의원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가 끝까지 유 의원 빈소를 외면하는 태도 속에서 내년도 4월 총선 공천에서 대구를 중심으로 한 유 의원 측근 의원들에 대한 '총선 물갈이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대표와 임수경 의원을 비롯해 과거 유 의원과 정적 관계에 있었던 친이(親李·친이명박)계 정두언 의원, 김종인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상돈 중앙대 교수 등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인사들이 총출동했지만 청와대 측 인사들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