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5자는 회담 초기 덕담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새정치연합의 3자회동 역제안과 대변인 배석 문제 등으로 벌였던 날선 신경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의실에서 기다리던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반갑게 맞았고 “두 대표님과 원내대표님들 사이가 좋으신 것 같다. 귓속말도 하시는데 실제로 사이가 그렇게 좋으신건가”라며 웃음을 보였다.
문재인 대표도 "함께 하고, 또 웃는 모습을 보이고, 뭔가 합의에 이르고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화답했다.
회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비공개 본회동에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빈손’, ‘안하느니 못한’이란 수식어가 다시 붙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대 현안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박 대통령·여당 지도부와 야당지도부는 조금의 의견 접근도 보지 못했다.
문재인 대표는 “국정교과서는 친일·독재미화 교과서”라며 “국정화를 즉각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을 돌봐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현행 교과서의 좌편향, 부정적 역사관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패배주의를 가르쳐서 되겠느냐. 이걸 바로잡자는 순수한 뜻”이라고 일축했다. 국정화 선봉에 선 김무성 대표는 “한 페이지도 안 써진 상황에서 교과서를 친일이니 독재니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참고 있는데 그만 하라”고 거들었다.
양측 간에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진지한 토론’이라고 소개할만큼 팽팽한 설전이 3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회동 직후 문 대표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이라고 표현했고, 김 대표도 “비슷한 심정”이라고 받아쳤다.
경제와 민생 해법에 대해서도 간극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