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예능의 부활", "책덕후들이 기다렸던 프로그램", "범국민 독서운동을 일으키기 좋은 프로그램". 케이블채널 O tvN의 독서 토크쇼 '비밀독서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비밀독서단'은 여섯 명의 출연자(방송인 정찬우, 김범수, 배우 예지원, 래퍼 데프콘, 신기주 기자, 조승연 작가)가 매주 다른 주제로 책을 한 권씩 선정해 각자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 소재 예능이다.
독서인구가 갈수록 감소하고, 책 소재 예능이 발 붙일 곳이 없는 현실에서 '비밀독서단'의 분전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밀독서단'이 소개한 박준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악당의 명언', '레토릭' 등은 현재 대형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다.
너도나도 '쿡방'(Cook+방송) 제작에 혈안인 요즘, 왜 '북방'(Book+방송)에 도전했는지 '비밀독서단'의 김도형 PD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OtvN '비밀독서단' 김도형 PD. 사진=OtvN 제공
▶ '비밀독서단'은 책 소재 예능이다. 기획 의도가 궁금한데= '왜 책을 다루는 콘텐츠는 없을까'에 대한 고민이 프로그램 기획의 시발점이에요. 서점에 가면 다양한 장르의 책이 끊임없이 나오고, 사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데 뉴스에서는 국민 독서량이 적다고만 하고, 제 주변만 봐도 요즘 무슨 책을 읽는지 서로 묻지 않아요. 그 이유가 뭘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독서의 필요성을 느껴서 책은 사지만, 바빠서 완독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예요.
그럼 '우리가 책을 읽어주고 보여주고 들려주면 어떨까' 싶었죠. 피곤한 일상에서 책으로 위안을 얻고 싶지만,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1만 원짜리 책이 주는 위로조차 미루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방송을 만들어 보자. ‘비밀독서단’은 그렇게 시작됐어요.
▶ 방송에서 소개하는 책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 진정한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라고 생각해요. 남들 눈에 맞추거나 따르는 게 아니죠. 사람들이 책을 고르는 기준은 명확해요. 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한 것을 찾죠. '비밀독서단'은 책에 사람을 대입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책을 대입해요.
매주 한 가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주제를 정하면 그에 맞는 책을 선정해요. 1차로 각 분야 지식인으로 구성된 명예단원과 출연진, 제작진이 100권 정도를 추려요. 명예단원이 다시 검증·분류를 하고, 출연진의 의견을 반영해 4~5권을 최종 확정해요.
'비밀독서단'이 지금까지 다룬 주제는 갑질에 고달픈 사람들,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 시간이 없어 여행 못가는 사람들, 입만 열면 손해보는 사람들, 부모님께 죄송한 사람들,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다.
▶ 여섯 출연자가 소개하는 책을 꼼꼼하게 읽고 오는 것 같다. 방송에서 서로 역할 분담도 잘 된다. 출연자는 어떤 기준으로 뽑았나
O tvN '비밀독서단' 패널들. 좌로부터 작가 조승연, 배우 예지원, 방송인 정찬우, 김범수, 배우 예지원, 래퍼 데프콘, 기자 신기주. 사진=O tvN 제공
= 자신만의 독법을 갖춘 사람이 섭외 1순위였어요. 기본 인터뷰는 물론 책을 놓고 상세 토론을 하면서 적합한 출연자를 뽑았죠. 스케줄도 좀 봤어요. 일주일에 최소 4~5권을 꼼꼼하게 읽고 와야 하니까요. 그렇게 해서 방송인 정찬우, 김범수, 배우 예지원, 래퍼 데프콘, 신기주 기자, 조승연 작가가 출연하게 됐어요.
출연자의 여섯 명의 독법은 6인6색이에요. 예지원, 정찬우, 데프콘 씨는 '비밀독서단'을 통해 매주 책을 읽고 얘기하는 것 자체를 행복해해요. 전문적인 독서가가 아니라서 오히려 책에 대한 감상을 날것 그대로 말해주죠.
예지원 씨는 여배우이다 보니 감성이 남달라요. 박준의 시집이나 사진집 '윤미네집'은 그의 감성이 덧붙여 전달되서 더 화제가 된 것 같아요. 녹화 전날, 책을 다 읽고 작가들과 사전토론을 벌일 정도로 준비도 철저히 해와요. 정찬우 씨는 책을 받아들이는 그릇이 커요. 연륜이 있다보니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해요. 데프콘 씨는 '비밀독서단'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독서꿈나무예요. 밑줄은 기본이고 노트에 따로 메모하면서 책을 읽어와요. 최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입문해서 설렌대요.
김범수, 신기주, 조승연 씨는 전문적인 독서가죠. 김범수 씨는 출연자들 사이에서 김선생으로 불려요. 박학다식하고, 감성이 풍부해서 항상 책에 담긴 것 이상의 정보를 가져와 다른 출연자에게 나눠줘요. 조승연 씨는 신선한 화두를 던져 토론을 활발하게 이끌고, 신기주 씨는 전방위 기자답게 아는 게 많고 생각하는 힘이 트레이닝되어 있어요. 조승연 씨가 '비밀독서단'의 다양성과 넓이를 담당한다면 신기주 씨는 깊이를 담당하죠.
▶ '비밀독서단'은 '북방(book+방송)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준다. 제작 원칙이 궁금한데= '쉽고 재밌게 만들자'가 원칙이에요. '비밀독서단'은 출연자들이 서로 다른 독법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충돌하고 결론 맺는 과정 자체가 재미요소예요. 고전이라고 모두 좋은 책은 아니에요. 읽고 난 후 본인이 느끼는 게 없으면 소용없죠.
출연자들은 책이 어려우면 이해가 안 된다고 얘기해요. 그러면 다른 출연자가 최대한 쉽게 설명하죠. 이 과정에서 책 소개와 설명이 교양이라면 감상과 토론은 예능이에요. 저희 프로그램은 독서하라고 계몽하는 게 아니라 책을 두고 대화 좀 해보자는 친구의 마음에 가까워요.
▶ 시청자 반응이 좋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방송에서 소개한 책 중 어떤 책이 반응이 좋나= 반응이 이렇게 긍정적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박준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저희 방송에 소개된 직후 인터넷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어요. 전몽각의 사진집 ‘윤미네 집’, 오카오 유이치의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손호성의 ‘악당의 명언’도 반응이 눈에 띄게 좋아요. 아무래도 읽기 편한 책이 인기가 높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