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한국사 교과서 관련 자료집에 국정화 추진을 위한 논거와 전략을 실었지만, 논리적 비약이나 흠결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이달 '한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한 토론문'을 실은 자료집을 발간했다.
이 토론문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철을 위해) 국사 교과서 내용의 극단적 편향성과 더불어 대야 대응, 대국민 홍보를 위한 전략과 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연 자료집에 실린 '전략과 논거'에는 역사학계 시각에서 문제가 많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우선 "국정 국사 교과서라는 용어 대신 '국민표준역사교과서'라는 용어의 적극 활용이 필요하다"며 '네이밍 전략'을 제시했다.
또 "한 국가에 있어 역사적 표준지식의 존재 여부는 국가의 정체성과 존망을 결정하는 문제로 헌법에 따르는 가치를 보유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국정교과서를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교과서'로 명명하며 '통합'이나 '올바른'이란 긍정적인 이미지를 애써 부각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또 "국정교과서가 획일화를 조장해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에 대한 적극적 대응논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은 하나이고, 사실 기술을 기본으로 하는 역사교과서가 단일화되는 것은 정상적이란 논리다.
하지만 학계는 이를 두고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안병우 한신대 역사학과 교수는 "많은 사실 중 어떤 것이 가치 있는지, 어떤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지 판단하는 사람들이 역사가다. 국정교과서는 '국가의 관점'에서 취사선택, 해석한 것"이라며 '(가치 중립적) 사실을 기본으로 하는 역사교과서' 자체가 불가능한 논리임을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를 성경에 비유하며 정당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토론문은 "성경은 유일하지만 수많은 교파가 있고 매 주일 교회의 설교 내용이 다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학자는 "하나의 성경에 대해 목사들이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목사(국정교과서)가 설교하고 나머지 모든 사람(국민)은 TV로 이를 시청하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종교와 역사를 함께 비교하는 것 자체가 역사에 대한 이번 정권의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또 "국민표준역사교과서는 한국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 응집력을 강화해 선진국가로 가는 필수적 조치"라며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각각 다른 역사교과서로 배우면 분열된 역사지식을 갖게 되고 하나의 국정화 단일 교과서를 통해 사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위험한 사고방식이란 지적이다.
이신철 성균관대 역사학과 교수는 "(국정교과서로) 응집력이 강화됐다는 착시를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본래 독재체제 하에서 응집력이 강한 것과 같은 원리"라면서 "역사는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민족의식이나 시민의식이 없는 이들에게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하던 19세기식 교육을 시민의식으로 가득찬 대한민국 국민에게 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강조한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
국제연합(UN)은 2013년 개최된 총회에서 국가가 단일한 역사교과서를 강요하는 것은 아동권리규약이 명시된 권리와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국정교과서를 강요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또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논리로 '학교교육 정상화'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역사교과서를 학교에서 열심히 배워도 100점을 맞아도 수능에서 70점 수준밖에 되지 않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