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보물, 없었다면 문화식민지 됐을것
-한자병기? 한자없이도 일상생활 문제없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획일화가 가장 나쁜것
-좌편향?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간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정래 (소설가)
매번 돌아오는 한글날이지만 올 한글날은 더 특별합니다. 교육부에서 초등학교 교과서에다가 한자를 병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교과서의 한글 옆에다 괄호를 열고 한자를 같이 적겠다는 겁니다. 지금 한자 병기 찬반 두고 학계에서도 의견 대립이 팽팽합니다. 이분 생각이 궁금하네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작가. 대작가, 소설가 조정래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 선생님.
◆ 조정래>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잘 지내셨습니까?
◆ 조정래> 네.
◇ 김현정> 한글을 두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귀중한 보물이다 이런 평가를 하셨었잖아요. 우리나라의 귀중한 보물이 여럿 있는데. 어떤 점에서 한글이 최고라고 생각하신 걸까요?
◆ 조정래> 만약에 우리에게 한글이 없다면 지금 우리는 조선시대처럼 한문을 문자로 쓰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문자가 없는 문화 식민지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면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존재감은 어디에 있습니까? 굴욕과 그 비참함을 이루 헤아릴 수 없겠죠. 그래서 우리를 가장 떳떳한 독립국가의 국민으로서 인정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한글이라는 사실을 국민 모두 깊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장 큰 보물이죠.
◇ 김현정> 우리가 매일 너무나 편하게 쓰고 있으니까 그 귀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 조정래> 네. 밥의 중요함을 모르듯이.
◇ 김현정> 그런데 아시다시피 정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다가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지금 추진 중이랍니다. 이유를 들어보니까 '한자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서 동북아 한자문화권 시대에 적응시킨다.' 일단 이런 이유도 있고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조정래> 그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이미 중학교, 고등학교에 900자씩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초등학교 선생님들께서 한자가 없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학생들도 전혀 모르는 말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학부모형들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회적으로 문학하는 분들, 교수들, 많은 분들이 반대합니다. 이건 채택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만약에 이것을 채택해서 강행을 한다면 영어교육을 강행해서 애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핍박했듯이 이것은 대단히 곤란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그렇게 까지요?
◆ 조정래> 아동들은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하고 건강해야 할 권리가 있는데 그 아동 인권을 짓밟는 일을 교육부에서 해서 되겠습니까?
◇ 김현정> 그런데 한자병기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런 주장 합니다. '우리 말에 이미 워낙 한자어가 많이 있어서 한자를 함께 익히지 못하면 일상생활에서 단어 이해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서 ‘금품수수’라면 ‘수수’라는 한글 옆에다가 한자를 써주면 훨씬 이해가 쉬워진다. 그걸 좀 초등학교부터 조금씩 스며들듯이 자연스럽게 가르쳐보자, 이런 얘기를 하던데요?
◆ 조정래> 문자라고 하는 것은 의사 전달과 표현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모든 신문이 한글 전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벌써 25년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한글 전용으로 된 신문을 보고 뜻을 모르는 일이 거의 없고. 더러 있다 하면, 그 단어를 사전을 찾으면 됩니다. 사전이 왜 있는 것입니까?
그러므로 그런 것은 전문적인 학자들 입장에서 자기들 입장만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이지, 교양인으로서의 일반인이 생활해 나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에 그건 논리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일반인들이 생활하기 아무 지장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까지 집필활동을 하시면서 되도록 한글 쓰시려고 노력하셨잖아요. 예를 들면 태백산맥 같은 대작이다 하면 이런 대작 쓰는데도, 역사물 쓰는데도 한자 없이 표현이 괜찮으시던가요?
◆ 조정래> 제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다루면서 한 권의 한자를 괄호 안에 집어넣은 것은 10개가 못됩니다.
◇ 김현정> 전체를 통틀어서요?
◆ 조정래> 한 권에요.
◇ 김현정> 한 권에?
◆ 조정래> 그게 32권이죠, 그걸 그 10개 정도밖에 안 쓰면서도 그 긴 소설이 아무런 지장 없이 다 이해가 됐습니다. 그러므로 한자 교육을 조기에 한다는 거? 그것은 시간낭비고 아동 학대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청취자 한 분이 이런 문자 주셨어요. 5455님은 ‘한자시험 안 보는 조건으로 병기하는 거 이분은 찬성한다.’ 하셨고 2484님은 ‘그런데 이거 학부모들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60% 이상이 찬성한다는 이런 여론조사도 꽤 많았다.’ 이런 반론도 있네요.
◆ 조정래> 얼마 전에 신문에 보도된 거 보니까 학부모의 95%가 반대한다고 보도됐었습니다. 여론조사라고 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 없는 것입니다.
◇ 김현정> 그럼 또 하나의 뜨거운 화두.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입니다. 주장을 보자면 '지금 교과서가 너무 좌편향돼 있다, 아이들에게 민중혁명을 가르치고 산업화를 자본가의 착취로 기술하면서 기업가 정신이 거세된 아이들로 만들고 있다.' 이게 지금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의 입장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정래 선생님.
◆ 조정래> 저는 국정화 반대합니다. 그리고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정권은 유한하고 민족은 무한합니다.
◇ 김현정> 무슨 말씀이실까요?
◆ 조정래> 새겨들으십시오.
◇ 김현정> ‘정권은 유한하고 민족은 무한하다.’? 선생님께서 직접 좀 해석을 해 주신다면요?
◆ 조정래> 굳이 설명할 필요 없잖아요?
◇ 김현정> 조 선생님, 이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서는 선생님께서 굉장히 지금 격앙돼 있다라는 느낌을 제가 받고 있는데요. 그 정도로 심각하게 보시는 건가요?
◆ 조정래> 최현배 선생님께서 60년, 70년 전부터 한글 전용을 주장해 오셨고 그것이 실천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잘 이루어져왔습니다. 한자 꼭 해야 합니다. 그러나 필요한 사람만 하면 됩니다. 동아시아권이 한자문화권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 그것도 정계 논리를 앞세운 궤변인데요. 국민 전체를 학대하듯이 교육하면 안 됩니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인데. 불필요한 것까지 배워서 시간 낭비하고 체력 소모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게 한자 병기에 대한 부분이고요. 국사 교과서도 하나로 단일화해 보자. 나라에서 하나로 지정해 주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하시는 이유가 어떤 맥락일까요?
◆ 조정래> 역사라고 하는 것은 끝없이 재해석되는 것입니다. 이게 답입니다.
◇ 김현정> 끝없이 재해석돼야 하고 다양한 교과서가 나와서 다양한 시각들이 충돌하고 조절하고 거기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어떤 민주주의의 과정이라고 보시나요?
◆ 조정래> 그것이 또한 민주주의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꼭 해야 된다라고 하는 쪽에서는 말입니다. 좌편향이라는 얘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패배감, 열등감, 사회 탓, 국가 탓하는 아이들로 만드는 그런 교과서들이 지금 판치고 있다는 건데요.
◆ 조정래> 좌편향 이야기를 계속 정치적으로 하는데 저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납니다. 균형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이라고 하는 민주주의가 최고로 발달했다는 나라도 민주당과 공화당 두 양당이 있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대한민국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지 왜 자꾸 이야기를 나쁘게 하려고 합니까? 저는 이해를 못하겠어요.
◇ 김현정>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하고 서로가 의견을 내고 조절하고 충돌하기도 해야 하는데 왜 하나로 획일화시키려고 하느냐? 이 부분 말씀하시는 거죠. 지금 이제 선거를 얼마 앞두고 갑작스럽게 또 이 문제가 이렇게 막 밀어부치는 거 이것도 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요?
◆ 조정래> 좀 안타깝죠. 안타깝고. 여유를 가지고 넓은 안목으로 생각해야하는데. 그리고 정치라는 것도 우리 삶이라는 것도 서로 논쟁하고 그리고 타협해야 민주주의가 성취되는 것이고 다양성이 보장돼야만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이고 그런 것입니다. 획일화가 가장 나쁜 것이죠.
◇ 김현정> 획일화가 가장 나쁜 것이다. 아주 굉장히 짧은 말씀 하셨지만 그 안에 깊은 한숨이 담겨 있는 거 제가 느낄 수 있는데요. 소설가 조정래 선생,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조정래 선생님, 다음 작품 출간 기다리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 조정래> 교육문제를 써서 내년 6월쯤 책을 내려고 합니다.
◇ 김현정> 교육문제 쓰고 계십니까?
◆ 조정래> 네, 시작할 겁니다.
◇ 김현정> 왜 교육 문제에 집중하셨어요. 교육 문제에 관한 책은 쓰신 적이 없으셨던 걸로 저는 기억하는데.
◆ 조정래>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은 거의 파탄 상태에 왔다고 저는 봅니다. 사교육이 이렇게 창궐하고 애들이 공부에 치여서 방향을 못 잡고 있고 공부 못해서 자살을 해야 하는 이런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지 않습니까? 바꿔야 되겠죠. 개선을 해야 되죠. 그 문제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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