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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에 갇힌 청계천과 서울역고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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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두 사업의 성공은 여야 상생정치의 모델

 

최근 끝난 서울시에 대한 두 차례의 국회 국정감사에서 단골메뉴 가운데 하나가 서울역고가공원 사업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작심하고 서울역고가공원의 문제점에 대해 각종 자료를 들이대며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서울역고가공원이 박원순 시장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 때문에 방해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역고가공원 사업이 이처럼 정치공방의 소재가 된 것은 한국정치에서 서울시장직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서울시장직은 대권주자의 정류소처럼 됐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을 건너 청와대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서울역고가공원 위를 걷는 박원순 시장의 발걸음을 흔드는 원인이다.

◇ 닮은 듯 다른 청계천과 서울역고가공원

이처럼, 청계천과 서울역고가공원은 닮은 듯 다른 두 가지씩의 측면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앞서 얘기한대로 두 사업이 모두 대권프로젝트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계천 사업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2002년 서울시장 후보 선거공약이었고 서울역고가공원 사업은 박원순 시장의 2014년 서울시장 재선 선거공약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같은 해석을 부인할지라도 청계천 사업을 발판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전 시장의 성공사례가 이같은 해석을 강제 주입하고 있다.

또 하나는 모두 도심 재생사업이라는 것이다. 청계천은 1976년에 세워진 청계천 고가도로를 뜯어내고 청계천 물길을 살려낸 것이다.

청계천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서울역고가공원 역시 1975년에 개통된 고가도로가 차도로서의 수명을 다했다고 보고 보행자 중심의 공원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사업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청계천은 자연생태를 복원해 과거로 돌아가는 사업이고 서울역고가공원은 시설물 재활용을 통해 미래를 여는 사업이라는 차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볼 때 두 사업은 태생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청계천 사업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노무현 정부의 흔쾌한 협조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사업이 이명박 시장의 대권프로젝트라는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통크게 지원했다.

결과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청계천은 개통한지 10년 만에 공원녹지로 완전히 자리잡으면서 하루 평균 5만 4천명의 내외국인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 명소로 떠올랐다.

반면에 서울역고가공원 사업은 2017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첫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교통심의에 막혀 표류하고 있고 사업진행 여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과거 청계천고가도로나 최근 서대문고가도로, 아현고가도로 철거 때는 없었던 교통심의위원회의 보류결정이 두 차례나 나왔고 국토부의 유권해석까지 받자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서울시나 야당 입장에서보면 박원순발목잡기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서울역고가공원 사업은 420억원이 투입돼 4천억원 가까이 소요된 청계천 사업에 비하면 예산규모가 10분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420억원 사업은 정치적반대 셈법이 적용되며 프리미엄을 일으켜 청계천사업과 동일시되고 있다.

청계천 사업은 '인공어항'이라거나 토착상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성공작이라는 평가가 많다.

서울역고가공원 역시 '뉴욕 하이라인파크(High Line Park) 따라하기'와 주변 상인들의 반발 등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 성공여부가 박원순 시장에 대한 정치적 미래와 연결될 것이다.

◇ 상생정치의 기회, 박근혜 정부의 통큰결단이 아쉬워

닮은 듯 다른 두 사업은 승리지상주의와 진영논리에 갇힌 한국정치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역고가공원은 청계천과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연결이 가능해 정치적 화해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정부·여당이 반대논리만 내세우지말고 서울역고가공원 사업의 문제점을 발전적으로 제시해 성공적인 사업으로 이끌 경우 여야 상생정치의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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