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동 방향에서 바라본 서울역고가 조감도 (사진=자료사진)
서울역 일대의 오래된 고가를 공중정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서울역 7017프로젝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이다.
수명을 다한 고가를 이색 공원으로 조성해 서울역 주변에 활력을 불어넣고, 유라시아 철도의 시발점인 서울역 일대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통일시대를 대비하자는 명분을 갖춘 대형 프로젝트다.
이달에 공사 발주를 거쳐 2017년 4월 개장을 목표로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 사업이 정치이슈로 번지는 모양새다.
경찰이 최근 두 차례 '서울역 주변 교통안전시설 심의'를 잇따라 보류하면서다.
문제의 '심의'는 서울역 고가로 차가 다니지 않게 될 경우 생기는 교통 흐름과 안전문제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이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의결하는 과정을 말한다.
4명의 경찰관과 5명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두 번째 심의 결과가 서울시에 통보된 2일 서울시청사에는 자못 긴장감이 돌았다.
오후에 이제원 행정2부시장과 김인철 대변인이 잇따라 브리핑룸을 찾아 마이크를 잡았다.
그동안 경찰의 행태에 말을 아껴오던 서울시의 경찰에 대한 공개 비판이었다.
김인철 대변인은 우선 "법에 따라 교통과 관련된 문제만 심의해야할 경찰이 인근 주민의 객관적인 의견까지 제시하라고 한다"며 "이는 월권이다"고 주장했다.
7월 28일 첫 번째 심의에서 위원회가 "남대문 시장 상인 및 만리동 주민 등 의견 수렴한 결과에 대한 객관적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고 밝힌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박 시장의 사전 승인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고강도 비판이라는 점에서 박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논평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두 번째 심의인 8월 27일자 심의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실무적으로 보완만 하면 되는 사안이었다"며 "경찰이 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충분히 가결해 줄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을 문제 삼아 보류시켰다"며 말했다.
이 정도의 사안으로 심의를 보류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두 번째 심의 당시 경찰이 서울역 고가공원 사업에 대해 찬성하는 주민 5명과 반대하는 사람 5명을 위원회에 출석시켜 각자의 의견을 밝히도록 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 문제만 다뤄야할 위원회에서 서울역 고가공원 사업의 찬반을 들어야 하느냐는 민간 위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의 '정치적 함의'를 언급한 김 대변인은 이날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에 적극 협조한 사례를 꺼내들기도 했다.
그는 "2003년 6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명박 시장에게 국무회의 때 청계천 복원계획을 보고하도록 배려했다"며 "일부 공무원들의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 사업의 성공을 위해 모두 힘을 합치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나중에 준공식에도 함께 참석해서 청계천 복원을 축하해 주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의 석연치 않은 잇단 심의 보류에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인 셈이다.
서울시는 경찰이 또 다시 결정을 보류할 경우 11월부터 직권으로 서울역 고가의 차량 통행을 금지한다는 배수진을 쳤다.
서울시는 이달 중 세 번째 심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