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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떠난 탈북 화가 '선무'의 위험한 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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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제 7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팝아트'로 변한 북한의 잔상들

영화 '나는 선무다' 스틸컷. (사진=공식홈페이지 캡처)

 

그는 북한을 그린다. 붉은색 물감을 묻힌 붓을 내리 긋는 행위에는 어떤 망설임도 없다.

탈북 화가 '선무'(線無). 이름처럼 그에게는 경계가 없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정치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그저 삶일 뿐이었다고.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선무다'는 미국 감독 아담 쇼베르그의 작품이다. 쇼베르그 감독은 선무가 중국 베이징에서 전시회를 열기까지 4주 간의 여정을 영화 속에 담아냈다.

선무의 작업 기반은 그가 몸담았었던 조국, 북한이다. 그는 북한에서도 화가로 활동했었다.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선전 포스터가 그의 주요 작품들이었다.

이제 그의 그림에서 인공기는 뒤집히고, 지도자 김일성과 김정일은 '팝아트'로 다시 태어난다. 한 때 그가 열심으로 써 내려갔던 포스터 문구들은 흰 전지 위에 빼곡히 나열된다. 힘 있는 필체와 달리, 문구들은 이미 '선전'의 힘을 잃었다. 더 이상 선무는 북한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두울 것만 같은 기억 속에도 한 줄기 희망이 있다. 반쪽 국기만 매단 채 손 붙잡고 달리는 각국 아이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다. 같은 붉은색이라도 고향 사람들과의 기억들은 따뜻하기만 하다.

영화는 전시회를 준비하는 선무의 현재와 그가 이야기하는 과거를 오간다. 이미지는 시종일관 강렬하다. 그들은 모두 '붉다'. 캔버스를 뒤덮는 북한의 잔상 그리고 그가 그리는 과거의 그림자조차도. 그의 과거는 계속 그려지고, 또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뒤집은 인공기를 배경으로 김정일의 얼굴을 그려 넣었을 때, 선무는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북한을 떠난 이후 두려움은 언제나 그와 한 몸이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순간들은 당일까지 빙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그것은 우리가 짐작할 수도, 가늠할 수도 없는 생의 위협이다.

가끔 선무는 잠을 자다가 세상을 떠난 김일성과 김정일을 만난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펼쳐지는 꿈 이야기는 선무가 캔버스에 쏟아 넣는 신념과도 직결된다. 두려움은 남았지만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영화 '나는 선무다' 스틸컷. (사진=공식홈페이지 캡처)

 

소년 시절, 그 역시 김일성에게 칭찬 받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내가 더 똑같이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 몰래 김일성 얼굴을 그려보기도 하고, 끝내 군에 입대해 그림 실력으로 선전 포스터 담당 자리를 꿰찼다.

탈북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배가 고팠다. 김정일이 체제 유지를 위해 쏟아부은 돈은 결국 배급이 몇 달이나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압록강을 살아서 건넜을 때, 그는 다시 북한에 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북한을 벗어나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밤 사이 간판에서 쏟아지는 화려한 불빛들을 보며 선무는 '이것이 타락한 자본주의인가'라는 생각을 문득 하기도 했다. 중국을 떠나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결국 선무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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