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 교육계 안팎에서는 대전교육청의 책임지지 않으려는 행정을 지적하는 말들이 많다.
9시 등교를 비롯해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 사학 비리 사태 과정 등 민감한 사안마다 책임을 미루고 뒤로 빠지면서 갈등과 행정력 낭비를 야기하고 있다는 평가다.
▲ "사학비리 후속조치는 법인이 알아서" = 최근 대전 교육계 안팎의 가장 큰 관심은 학교법인 대성학원의 비리사태다. 교사 채용 과정에서 오간 뒷돈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 법인 이사장과 교사 등 25명이 기소됐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대성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와 임시이사 파견 등 학교 운영 정상화를 위한 대전시 교육청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지만, 교육청은 요지부동.
2학기 접어들어 아이들이 비리 교사에게 수업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교육청은 "비리 교사 직위해제 등은 법인의 몫"이라거나 "사학법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등 책임을 법인에게 돌리고 자신들은 사학법 뒤에 숨었다.
뒤늦게 여론에 떠밀린 직위해제 요청에 대성학원 측이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교육청 측은 더 이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교육계 많은 인사들은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으로 교육청 측이 사학법 뒤에 숨은 꼴"이라며 성토하고 있다.
사학법 뒤에 숨은 교육청 탓에 오히려 "교육감이 대성학원 측에 발목을 잡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지만 교육청 측은 역시 묵묵부답, 사태를 키우고 있다.
▲ "국제고 전환, 학교가 알아서" =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 과정에서도 대전교육청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제고 전환을 두고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등이 확산되던 지난 6월 설동호 교육감은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은 전적으로 학교 측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갈등 해소 혹은 중재 등의 역할을 기대했던 교육계 인사들은 실망감을 토로했다.
대전고는 공립학교다. 앞서 "사립학교법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던 대성학원과는 다른 경우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선을 긋는 방식은 똑같았다.
당시에도 '짜고치는 고스톱' 등 대전고와 교육청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공립이냐 사립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민감한 사안에는 아예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책임지지 않으려는 의지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거나 혹은 "소문처럼 발목이 잡혔거나 혹은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역시 의혹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 같은 수수방관과 의혹은 결국 교육청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대전시의회가 밀실 행정 의혹 등을 들어 공유재산관리계획 동의안 처리 절차를 유보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뿐 만 아니라 국제고 전환을 반대하는 시민모임이 의견 수렴 절차의 부당함을 들어 대전고 교장은 물론 설동호 교육감마저 직권남용 등의 이유로 검찰 고발했고, 교육청 측이 이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 엄중 경고'로 맞대응하면서 교육청이 갈등 당사자가 되고 말았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하면서 진흙탕 싸움에 발을 들여놓게 된 셈으로 소모적 갈등과 행정력 낭비 지적이 만만치 않다.
▲ "9시 등교, 학교장이 알아서" = 올해 초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9시 등교에 대한 행보도 비슷했다.
팽팽한 찬반 속에 여론을 살피던 대전교육청, 뒤늦게나마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행동에 나서는 듯 했지만, 결과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결정하라'는 통보였다.
각 학교 교장들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것인데, "8시 30분 이후 적극 권장"을 강조했던 충남을 비롯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타 시·도 교육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책임지지 않으려는 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요즘 교육계 안팎에서는 대전교육청을 두고 '되는 것도 없고, 또 안 되는 것도 없는 곳'이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인사는 이어 "갈등을 해결하고 정책을 이끌어 나가야 할 교육청이 오히려 갈등과 의혹의 당사자가 된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조장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