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6시 25분쯤 전남 해남선적 9.77톤급 낚시어선 돌고래호가 전복된 채 발견됐다. 해경이 주변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제공)
세월호 참사로 해경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출범한 지 이제 1년이 다 돼 갑니다. 그동안 국민안전처는 이런 저런 안전대책들을 내놓았고, 각종 예산 지원은 물론 법령을 통해 막강한 권한을 갖도록 체제도 정비됐습니다.
초대 장관으로 취임한 박인용 장관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안전처 상황실을 지키며 국민들의 안전확보를 위해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안전의식은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고, 안전처의 내놓은 갖가지 대책은 결국 헛구호에 그치고 말았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발생한 돌고래호 전복사고는 국민안전처의 이런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서 무능한 모습을 보인 해경은 조직이 해체되는 어쩌면 가장 치욕스런 조치를 당하고도 전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해경은 신고를 받고도 20분이 지나도록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고, 탑승인원이 몇 명인지 조차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생존자 세 사람은 해경이 아닌 주변에 있던 민간어선이 구출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고에서도 해경은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출하지 못한 셈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됩니다. 출동이 왜 늦었느냐는 질문에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확인 작업과 보고서 작성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선박조난으로 사람의 목숨이 촌각에 달린 판국에 보고서 작성이라니요? 이것이 우리 해경의 현재 모습입니다. 사람을 구하는데 무슨 보고서 작성이 필요할까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6일 새벽 어선 실종이라는 긴급한 상황을 접하고, 안전처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어렵게 연결된 관계자는 상황을 파악해보겠다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지도 몰랐다는 말이지요. 한참이 지난 뒤 걸려온 전화는 다른 관계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관계자의 말이 더 한심합니다. 해상사고는 해수부 관할이어서 정확한 정보파악이 어렵다는 취지의 전화였습니다.
구조현장에 해경이 투입돼 있는데 해수부 관할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듣고 망연자실했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상황실을 지킨 안전처 장관은 1년동안 뭘 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해경의 모습은 더 한심합니다. 수사보다는 구조에 전념하라며 구조인력을 대폭 늘렸지만, 해경의 관심의 여전히 수사권 재확보에 집중돼 있습니다.
CBS 취재결과 해경은 지난 5월 '해경 수사 활성화와 사기진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사실상 수사기능 복원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생색 안나는 '구조'보다 '수사'라는 권한이 더 절실했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