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일본군 강제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에서 앞에서 열린 제3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 및 제119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학생들의 격려에 미소 띈 얼굴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윤성호기자
광복 70주년·한일수교 50년을 맞았지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정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법원이 이같은 일제 피해자 개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건 불과 3년 전 대법원이 전향적인 판결을 내놓으면서다.
지난 2012년 5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옛 신일본제철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본 재판소의 판결이유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한 게 발판이 됐다.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우리 헌법의 핵심적 가치를 내세웠던, 당시 퇴임을 앞둔 김능환 대법관의 결단이었다.
이로 인해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던 일본 법원의 판결은 국내에서 효력을 잃게 됐다.
그 후 서울고법과 부산고법 등에서 1인당 8천만~1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선고가 잇따랐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이에 대해 재상고하면서 소송은 올해도 멈추지 않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252명이 지난 2013년 말 일본 기업 3곳을 상대로 임금과 배상금 소송을 제기하는 등 유사소송이 뒤를 이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국내외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
미국 등 해외에서 제기한 소송에서는 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국내 법원 재판과정에는 일본 기업들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패소한 일본 기업들이 위자료를 지급할 수 없다며 상소로 맞서면서 실제 배상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지내고 있는 ‘나눔의 집’의 김강원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지금 식민지도 아닌데 일본 측은 자기네 재판소에 와서 절차를 밟으라는 식”이라면서 “사건 당사자가 일본 정부·기업 대 위안부 할머니 개개인이기 때문에 힘이 없는 할머니들을 위해 우리정부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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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고령인 피해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등지고 있어 정부의 보다 적극적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강제징용·원폭 피해자들의 소송을 맡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는 “우리 외교부가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식으로 해서는 문제 해결이 안된다”면서 “외교마찰을 생각할 게 아니라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우리 정부가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른 일본 정부와의 분쟁 해결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면서 “외교적 노력을 하지 않는 건 피해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