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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골목상권 짓밟은 '시게미쓰 롯데' 망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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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제2롯데월드가 희미하게 보인다. (박종민기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바벨탑', 123층짜리 초고층 건물이 완공되기도 전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롯데가 자칫 몰락의 길로 들어설 조짐마저 보인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아들, 누나, 삼촌 등 신격호 회장(일본명 시게미쓰 다케오) 일가의 ‘쩐’을 둘러싼 민낯을 낱낱이 접한 오피니언 리더들은 '롯데가 쇠락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재벌가에서 부자간이든, 형제간이든, 경영권과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첨예화한 뒤에는 어김없이 탐욕의 덫에 걸려든 후유증에 시달렸다.

삼성 이건희·이맹희 회장 간의 대립에서는 이맹희 전 회장 쪽이, 정몽헌·정몽구 형제의 난 이후엔 고 정몽헌 전 회장 쪽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금호가의 싸움에서도 소송이 진행중인 관계로 예단은 이르지만 어느 한쪽은 상처를 입을 것이고 이긴다고 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지금 형제의 난이 전개되고 있는 효성도 한국 재벌들의 영고성쇠의 관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롯데는 지난 70년대 신격호 회장이 껌과 음료수 장사부터 시작해 소매와 유통업만으로 재벌 순위 5위에 올린 대표적인 소매.유통업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과 김영삼 문민 정권 시절에도 끄떡없이 성장한 것은 나름의 독특한 경영 방식과 권력자와 동향이라는 지역적 연고도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30대 재벌 그룹 가운데 17개가 쓰러진 IMF 외환위기에도 꿋꿋이 버텼다.

폐쇄적인데다 독선적인 신씨 일가의 경영이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을 해온 신격호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하다. 무슨 사업을 할 때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계열사 사장 등을 시켜 일처리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신격호 회장은 잘 나서지도 않지만 나설 경우 정관계 인사들을 롯데 호텔에서 직접 만나기 때문에 외부에 일체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사활이 걸린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 회장이 직접 나서지만 웬만한 일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제 경제 동향과 한국 경제 상황, 소비자들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민심에 둔감할 수밖에 없으며 진언을 제대로 하는 참모 그룹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격호 회장이 고 이병철 삼성회장처럼 건강할 때 좀 더 일찍 후계구도를 정리하지 않고 끝까지 직할 통치를 하려는 탓에 둘째인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이 연로한 탓에 의사 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이 의문시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운영도 잘못했다는 것이 동생인 동빈 회장 쪽 사람들의 판단이고 이를 공개적으로 언론에 알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 역시 형인 동주 전 부회장보다 경영 능력이 탁월한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롯데 측은 신동빈 회장 등장 이후 계열사를 늘렸고 사세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렇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새로운 기업을 일구지 않고 오직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 사냥에 주력하고 있다. 금호렌터카를 인수·합병했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전기·전자 유통업체인 하이마트 인수도 주워먹은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마트라는 상호로 중국에 진출했으나 실패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중국 진출로 인해 1조원의 손실을 낳았다고 공격했다. 중국 사업에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고위 관료는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 능력을 보여준 것이 아직까지는 없다”면서 “그런 사람들이 재계 순위 5위 그룹을 잘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종민 기자)

 

◇ 두 형제의 '일본어' 사용…누리꾼 격분

롯데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가장 큰 이유는 신격호 회장을 포함한 두 아들의 정체성이다. 동주·동빈 형제는 한국말을 제대로 못한다. 매일 롯데에서 물건 하나쯤은 사다시피 하는 국민들은 신동주·신동빈 형제가 일본말을 '모국어'처럼 쓰는데 대해 격분하고 있다. 특히 누리꾼들은 ‘일본 사람들은 일본으로 돌아가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두 형제의 지극히 일본적인 형태가 반일 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롯데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거론될 정도다. 신씨 형제의 친일적인 태도가 8.15를 앞둔 반일 감정과 맞물려 폭발할 모양새다. 여기에 두 아들이 40세가 넘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 들통나면서 병역을 기피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겹쳤다.

롯데의 가장 큰 잘못은 대한민국의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짓밟았다는 것이다. 그 불을 롯데가 지폈다. 롯데는 백화점도 모자라 롯데 마트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자영업자들을 피폐화시켰다. 80년대 중저가 브랜드로 상당한 성과를 내다 망한 한 의류업자는 “시게미쓰 일가는 자영업자들의 피눈물을 모른다”고 말했다.

롯데는 골목 상권 점령을 통한 이익을 서울 롯데로 가져가고 서울의 롯데그룹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일본 롯데로 보낸다. 일본 자본은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당금으로 롯데호텔에서만 2000억원을 챙겨갔다.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의 상당 부분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롯데의 지배구조가 일본의 광윤사→ 롯데 홀딩스→ 롯데 호텔→ 롯데 계열사로 수직화돼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한 김종인 박사는 “시게마쓰라는 신격호 회장이 싼 일본 자금을 들여와 한국에 호텔과 백화점을 짓는 등 부동산 투자를 통해 큰 부를 일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롯데가 쇠락의 운명을 맞는다고 할지라도 한국 경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4일 서울 잠실 제2롯데 홍보관에서 그룹 사장단과 함께 회의를 마치고 성명서를 발표하고있다. 박종민기자

 

◇ '롯데 망해도 한국경제 큰 영향 없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롯데그룹의 문제는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한국경제에 큰 피해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강봉균 전 경제부총리는 “두산과 금호가의 형제의 난도 그렇지 않았느냐”면서 “롯데가 망하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종인 박사는 “롯데라는 기업의 업종 형태로 볼 때 한국 경제에 대한 파장은 크지 않다”면서 “재벌 기업들의 오너 경영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한구 의원(새누리당)은 “롯데 일가가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 자체가 제정신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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