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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살충제 음료수' 미스터리…진실공방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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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혐의 입증 자신" vs 피의자 "누군가 누명 씌우는 것"

경북 상주의 살충제 음료수 음독 사건이 일어난 지 11일째.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박모 할머니가 구속됐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팽팽한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상주 살충제 음료수 사건을 종합 재구성해봤다.

[그래픽=스마트뉴스팀]

 

◇농약 탄 사이다…평온했던 마을 '충격'

42가구 주민 80여명이 사는 작고 평온한 시골 마을에 날벼락이 떨어진 건 지난 1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사이다 음료수를 나눠마신 할머니 6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를 처음 발견한 건 마을회관 옆집에 사는 주민 박모(63)씨였다. 중태에 빠진 할머니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국과수 감정 결과 사이다 음료수에 3년 전 판매가 금지된 살충제 성분의 농약이 들어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농약을 탄 음료수가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회관 냉장고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 누군가 고의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범인이 마을 주민이거나 외부인일 가능성 모두 열어두고 현장 수색과 탐문 수사에 나섰다. 그리고 사건 발생 나흘만인 지난 17일 유력한 용의자를 붙잡았다. 용의자가 다름 아닌 같은 마을 주민인 박모(82 여)씨로 밝혀지면서 마을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박씨는 사건 당시 피해 할머니 6명과 함께 마을회관에 있었다. 그리고 혼자서만 음료수를 마시지 않았다.

'살충제 음료수' 사건으로 평온했던 시골 마을은 충격에 휩싸였다. 일부 주민은 거처를 옮기거나 외출을 꺼리고 있어 마을엔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할머니들이 사이다 음료수를 나눠마셨던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모습. (사진=경북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은 왜 박 할머니를 지목했나?

"그간 확보한 물증과 정황 증거로 혐의 입증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며 경찰은 지난 20일 박씨를 구속했다.

경찰이 박씨를 피의자로 보는 유력한 증거는 크게 2가지다.

먼저 피의자 자택에서 발견한 ‘물증’이다. 지난 17일 박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살충제 성분이 든 뚜껑 없는 드링크병과 살충제 농약병이 나왔다. 또 박씨가 타고 다니던 전동스쿠터와 당시 입었던 바지 주머니 안쪽, 상의 단추 부분에서도 동일한 성분의 농약이 검출됐다.

사건 당일 박씨가 보였던 수상한 행동도 경찰이 내세우는 정황 증거다.

박씨는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마을회관에 있었지만 유일하게 살충제가 든 음료수를 마시지 않았다. 또 음료수를 마신 할머니들이 구토를 하며 쓰러졌는데도 구조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구조대가 출동한 후에도 구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날 박씨는 마을을 떠나 아들이 살고있는 대구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나흘만에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라 경찰에 붙잡혔다.

◇피의자 박씨 “악의적 누명 씌우는 것” 혐의 강력 부인

박씨는 구속된 지금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오고 있다. 우선 집에서 발견된 농약병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농사를 짓지 않은 지 오래돼 농약을 구매한 적도 없다”면서 “누군가 농약병을 집 부근에 버리고 간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박씨 가족 측 역시 "농약은 시골 농가라면 흔히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농약병이 어머니 집에서 발견됐다고 범인이라는 충분한 증거가 되느냐"고 따져물었다.

옷가지 등에 묻은 살충제 성분에 대해서는 당시 쓰러진 할머니들의 입에서 나온 토사물을 닦아주다 묻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토사물에 살충제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쓰러진 할머니들이 자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약 왜 넣었나?…범행 동기 ‘오리무중’

팽팽한 진실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범행 동기’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경찰이 현재까지 추정하고 있는 범행 동기는 2가지. 과거 피해 할머니 중 1명과 농지 임대료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는 것과 사건 전날 피해 할머니들과 화투놀이를 하다 다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씨 측은 완강히 반박하고 있다. 박씨 아들은 “3년 전 이웃 할머니와 땅 문제로 다툰 적은 있다고 한다. 이미 문제가 잘 해결돼 할머니와 잘 지내고 있는데 어떻게 범행 동기가 될 수 있나”며 일축했다.

또 “의식이 회복된 피해 할머니 말에 따르면 전날 화투를 친 적도 다툰 적도 없다고 한다”며 “경찰이 짜맞추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농약병에서는 박씨의 지문이 나오지 않은 점을 내세워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농약 구매 시기와 구입처, 범행 시기 등 구체적인 범행 사실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경찰이 피의자 박씨 주거지를 압수수색 할 당시 발견된 농약병이 든 노란색 비닐봉지. (사진=경북지방경찰청 제공)

 

◇경찰, 증거품 빠뜨린 압수수색 논란

압수수색 당시 증거품을 빠뜨린 경찰의 허술한 수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압수수색 다음날인 지난 18일 박씨 가족은 자택에서 농약병을 추가로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처음에 경찰은 압수수색 당시에는 없었던 물건이라며 제3자 개입 여부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그 농약병은 압수수색 당시에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래전 생산된 제품인데다 손을 탄 흔적이 없어 압수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경찰은 뒤늦은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음료에 든 농약과 동일한 성분의 농약병이었는데도 경찰이 압수하지 않았다는 점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게다가 뒤늦게 농약 성분과 지문 검사를 의뢰해 경찰의 부실 수사가 비판을 사기도 했다.

◇경찰, 기소의견 검찰 송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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