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황교안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메르스와 가뭄 피해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처리와 하반기 핵심 국정 과제가 될 노동개혁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윤성호 기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여야 간 국정원 '해킹 의혹' 조사방법 협상에 대해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요구 사안인 청문회 실시 문제에 대한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 원내대표는 그보다 발언 순서가 늦은 서청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도 국정원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이미 발언을 했음에도 다시 마이크를 잡고 추가 발언을 했다. '친박(親朴·친박근혜) 맏형' 서 최고위원의 '지적'에 원내대표가 미처 빼먹은 얘기를 다시 꺼내는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당초 원 원내대표는 "예결위 간사 간 (추경을 처리키로) 합의한 '디데이(D-day)'가 하루밖에 안 남았다. 오후에 원내대표 간 최종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추경 관련 발언만 했다.
서 최고위원의 '국정원 문제를 빼먹었다'는 지적이 있은 뒤에야 원 원내대표는 "지금 야당에서 국정원 해킹 관련 요구 사항이 있는데, 기본적인 원칙에서 지킬 것은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는 추경과 국정원 해킹은 별개이기 때문에 추경은 추경대로 대응하고, 국정원 해킹 사건은 해킹 사건대로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추경 처리와 맞물려 국정원 협상 내용을 양보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 22일 회동에서 국정원 해킹 의혹을 검증할 청문회 실시 문제로 부딪혀 현재까지 협상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정보위 차원의 조사와 현장조사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장조사에 앞서 정보위 내에서 비공개라도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여야 안팎에서 "새누리당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정보위 내부에서 실시되는 청문회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었지만, 지난 22일 당정청 회동이 있은 뒤 여당의 입장이 '강경' 기류로 급선회했기 때문에 배경이 주목된다.
야당이 청문회를 강조하는 이유는 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 문제 때문이다. 청문회법에 따라 청문위원회가 의결한 증인에겐 국회 출석 의무가 부여되며 위증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또 청문위원 3분의 1(1/3)의 의결로 국정원에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있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국정원 의혹을 다루는데 있어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고, 국정원이 자료 제출에 성실히 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전개된 포석으로 보인다.
서 최고위원은 야당의 노림수를 겨냥한 듯 새정치연합에서 국정원 대책팀을 맡고 있는 안철수 의원을 겨냥해 "안 의원도 그렇게 국가 정보를 다 들여다보려고 생각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청문회도 '불가'이며, 청문위나 정보위에 해킹 의혹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는 것도 국가 안보 논리에 있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무성 대표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법대로만 해야 한다"며 '청문회 불가'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 있은 고위 당·정·청(黨政靑) 회의를 의식한 듯 노동개혁 관련 발언이 주를 이뤘다. 노동개혁은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 중 '4대 개혁' 중 한 분야다.
김무성 대표는 "청년세대, 즉 우리 아들·딸을 위해 노동개혁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고 반드시 지나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68일만에 개최된 고위 당정청에서 '당정청은 공동운명체, 하나'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박근혜 정부의 핵심과제인 4대 개혁을 추진키로 했고 당이 선봉에 서서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