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당선인이 대기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보가 별로 없어서 답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대선때 경제민주화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 2012년 12월 26일 당선인 신분으로 전경련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먼저 찾은 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당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박근혜 정부가 향후 어떤 경제정책을 펼지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정보를 모으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선기간 논란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역대 당선인 가운데 최초로 중소기업중앙회를 전경련에 앞서 찾은 것을 두고 대기업들은 바싹 긴장했다.
◇ 재벌총수 구속, 경제민주화법 통과…'채찍'든 朴
최태원 SK 그룹 회장 (자료사진)
대기업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되는듯 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지난 2013년 1월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횡령 혐의로 기소했고 그는 결국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박 대통령이 수차례 걸쳐 문화산업에 있어서 대기업의 횡포 사례로 지목했던 CJ 이재현 회장 역시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와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하도급법), 일감 몰아주기 규제(공정거래법), 가맹점주 권리 강화(가맹사업법), 부당특약 금지(하도급법), 신규 순환출자 금지(공정거래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취임 첫 해인 지난 2013년 줄줄이 국회를 통과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비록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슬그머니 종적을 감췄지만 대신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화두를 던지며 한동안 대기업, 특히 재벌에게 '채찍'을 든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듬해 터진 '세월호 참사'로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이로 인한 민심이반이 심각해지면서 박 대통령도 슬그머니 대기업에 대한 채찍을 거두고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으로 '당근'을 손에 들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각종 회의에서 기업이 투자를 확대해 경기회복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고 각 기업들은 대규모 산업단지 투자나 창조경제혁신센터 참여 등으로 화답했다.
대기업과 각을 세우던 박 대통령도 결국은 대기업, 특히 재벌의 도움 없이는 경제살리기라는 최대의 국정운영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느낀걸까?
급기야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인을 포함한 대대적인 사면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새누리당도 "경제인과 정치인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공감하는 범위 내에서 통 큰 사면을 해서 국민들이 대화합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 건의 드리려고 한다(원유철 원내대표)"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정치권력vs경제권력, 최후의 승자는?
역대정권에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관계를 살펴보면 정권 초반에는 정치권력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만 후반에 접어들면서 점점 경제권력이 우위에 선다.
정권 초반에는 정권의 힘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경제권력이 슬슬 눈치를 보지만 후반이 되면 힘이 빠지면서 경제권력의 도움 없이는 국정운영의 최대 과제인 경제살리기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군사정권에서 당하기만 하던 경제권력도 민주화 이후 정부에서 벌어진 이같은 권력 역전 현상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각 정권을 다루는 솜씨가 이미 달인 수준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역사적인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아무나 부킹을 할수 없기로 유명한 모 재벌기업 소유 프리미엄 골프장 이용자의 연고지역이 대거 바뀌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가운데 하나다.
헌정 사상 가장 개혁적인 정부였던 노무현 정부조차 재벌개혁에는 결국 실패한 이유도 바로 집권 후반기 경제권력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