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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vs 생계형 사범…광복절 특사, 누가 더 절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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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장님, 살고 싶습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료사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14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한 최후 진술이다.

이 회장은 "살아서 CJ를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선대 회장(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고 또 길지 않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로 최대한의 선처를 간곡하게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 10부는 지난해 9월 1심 형량보다는 1년 낮추긴 했으나 징역 3년과 벌금 252억 원을 선고했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두한 이 회장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시한부 생명(약 10년쯤)에 대한 간절한 호소가 먹히지 않은데 따른 생명의 위기를 느꼈다"고 CJ 관계자는 말했다.

◇ "언제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너무 힘들다", "촌각을 다투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회사가 너무 걱정돼 잠이 오지 않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자료사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개월 전쯤 SK관계자에게 한 얘기다.

SK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회장님이 잘 버티시더니 지난해 하반기 기업인 사면 얘기가 나온 이후 기대를 하시는 것 같더니 사면이 물건너가자 낙담한 표정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그룹은 지난해 9월 황교안 법무장관(현 국무총리)과 최경한 부총리를 통한 '기업인 사면론'이 거론된 이후 대통령의 특별 사면에 대한 기대를 한껏 했다.

특히 정치권, 여당 내에서 사면론이 번지자 연말 사면 또는 올 3.1절 특사를 겨냥해 그룹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터진 정윤회 미행 문건 파동 이후 불거진 여권 내 갈등과 혼란상, 최근의 메르스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사면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자심할 쯤인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8·15 특별사면을 지시하자 이번엔 뭔가 이뤄질 것 같다는 기대감이 해당 기업들뿐만 아니라 재계에 충만하다.

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설 사면 때처럼 "지도층을 제외한다"는 발언도 없었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 사면"에 방점이 찍힌 것을 볼 때 기업인들과 정치인 사면론이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의 특사 지시는 지난 9일 30대 그룹 사장단의 재계 총수들에 대한 사면 가석방 호소 이후 나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재계의 반응은 더 뜨겁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업인 사면은 어려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 논평을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경제 살리기 명목 하에 재벌 총수들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재벌 총수 사면을 반대했으나 기업인 사면 흐름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의 상당수 중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특별 사면에 대해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최태원 회장을 더 감옥살이를 시킨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형기의 절반을 넘긴 것으로 아는데 기왕에 특별사면을 하려고 했으면 이번에 포함하는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경제 활성화 차원의 기업인 사면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공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을 단행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기업인·정치인 사면 찬성론과 반대론이 맞붙은 상황…CJ와 SK그룹은 '사활'

(사진=청와대 제공)

 

이들 기업의 고위 임원들은 기업의 투자를 비롯한 먹거리 창출 등 기업의 미래뿐만 아니라 회장의 건강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가뭄의 단비 이상이라고 말한다.

SK그룹의 고위관계자는 "최 회장의 경우 형기의 60% 넘게 수형 생활을 해 가석방 요건을 다 갖췄다"며 "대통령의 은전이 있기만을 학수고대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고도 덧붙였다.

가석방은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3분의 1을 채운 모범 수형자가 대상이다.

따라서 최 회장은 가석방 요건을 이미 갖췄다.

최 회장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2013년 1월 말부터 복역중이다.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에 가석방으로 교도소 문을 나선다면 가장 먼저 동부그룹의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

당국은 4천억원가량 되는 동부하이텍을 SK하이닉스에 인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반도체 설비 회사로 반도체 플래시 메모리 회사인 SK하이닉스와는 영역이 다른 회사로 SK하이닉스가 인수하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날지는 의문이다.

인수 결정은 최태원 회장만이 할 수 있다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SK그룹 못지않게 청와대의 선처를 기대하는 곳은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 (자료사진)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형이 확정된 게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사면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특단의 조치, 선처만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으나 건강이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살고 싶다"는 그의 최후 진술은 절규에 가깝다고 CJ 측은 말한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우리 회장님을 제발 살려줬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횡령과 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9월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또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확정 받고 3년 가까이 복역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사면 대상이다.

정치인들로서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산자부 차관, 이광재 전 도지사, 천신일씨 등이다.

이들 정치인·재벌 회장들 못지않게 특별사면을 가장 절실히 원하는 사람들은 생계형 사범들이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서민들에 대한 사면이야말로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규정한 헌법 정신을 살리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서민과 생계형 사범 위주로 사면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일반 국민은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의 사면 쪽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 민생·생계형 사면에 재벌 총수들과 유력 정치인들을 '끼워넣기' 한다는 인식 강해

역대 정권들이 특별사면을 할 때마다 그렇게 했으니 국민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시각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회형(君子懷刑)', '소인회혜(小人懷惠)'라고 설파했다.

군자는 법을 마음에 두고 살지만 소인은 언제나 혜택(빠져나감)만을 바라며 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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