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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 태풍 예보, 태풍센터는 3D 기피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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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압 남하 과소평가해 '낭카' 진로 빗나가
-태풍모델 국내에 없어, 관련 예산도 전무
-태풍센터 오지에 환경 열악, 근무 기피현상
-128억 슈퍼컴퓨터, 태풍 예측에는 헛다리
-8~9월에 대형 태풍 한반도 상륙 우려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제9호 태풍인 ‘찬홈’이 어제 오전 우리 서해안을 빠져나가면서 소멸됐습니다.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하면서 전국에서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피해를 만들었는데요. 그런데 각국에서 태풍 ‘찬홈’의 경로를 예측해 봤는데 우리 기상청이 실제 경로와 제일 빗나가는 예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엇갈린 예보를 과연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기상 전문가의 의견 들어봅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의 허창회 교수입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허창회> 네. 허창회입니다.

◇ 박재홍> 결과론적인 얘기입니다마는 한·중·일, 미국 등 4개 나라가 예측했는데 태풍 찬홈의 경로, 우리 기상청이 제일 많이 틀렸네요?

◆ 허창회> 일단 큰 차이가 나타났는데요. 제가 봤을 때는 중국 북쪽의 고기압대가 상당히 빨리 남하를 했거든요. 그래서 아마 우리 태풍 예보관이 기압대가 남하하는 속도를 약간 과소평가를 해서 ‘찬홈’이 중국 쪽에 상륙하는 것으로 예보를 했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태풍경로 예측을 발표할 때 대개 다른 나라 예측경로도 함께 참고를 하지 않습니까? 어떻습니까?

◆ 허창회> 그럼요. 일단은 미국이나 일본의 예측정보까지도 같이 포함을 하고 있고요. 우리 태풍센터에서는 궁극적으로 중국에 있던 고압대가 좀 더 빨리 남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 판단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죠.

◇ 박재홍> 기상청에서 예보를 잘하면 당연한 것이고 못하면 막 욕을 먹잖아요. 강우량, 적설량 여러 가지 기상현상이 있습니다마는 태풍예보가 좀 어려운 측면이 있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허창회> 지금 국내에서 해양과의 상호작용을 포함시킬 수 있는 그런 태풍모델이 현실적으로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 박재홍> 아니, 매년마다 우리나라에 태풍이 한 4~5개씩 상륙을 하는데 태풍을 예측하는 모델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 허창회> 저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러한 태풍 예측 모델에 대한 투자를 지금까지 안 하고 있었던 것 같고요. 또 하나는 아마 2013~2014년에 태풍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큰 요인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러면 태풍이 안 오면 다행이고 태풍이 오면 어쩔 수 없는 건가요? 이게 좀 이상하네요.

◆ 허창회> 기상청 입장에서도 태풍이 없으니까 좀 더 관심이 없어졌고요. 굳이 그렇게 큰 예산을 포함시켜가지고 태풍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모델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 박재홍> 그러면 기상청 내에도 태풍을 전담해서 연구하는 부서나 센터가 있을 거 아닙니까?

◆ 허창회> 태풍센터가 있죠.

◇ 박재홍> 태풍예보의 중요성은 2003년 태풍 매미라든지, 2012년에 왔던 태풍 볼라벤을 보면 상당히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 허창회> 태풍은 한 번 오면 큰 피해가 있지만 태풍이 안 오면 실질적으로는 투자가 낭비가 되는 것이죠.

◇ 박재홍> 그런 측면에서 기상청이 투자를 잘 안 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 허창회> 투자에 상당히 인색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 태풍예보와 관련된 연구 예산이 실제로는 없어요.

 

◇ 박재홍> 아, 태풍연구 예산이 없어요?

◆ 허창회> 예. 그러니까 태풍 관련된 예산 자체를 잡지 않았고요. 상대적으로 봤을 때는 다른 기상관측에 비해서 태풍 예산 자체가 상당히 좀 적다고 얘기할 수가 있겠습니다.

◇ 박재홍> 그리고 기상청 내에서도 태풍 관련 업무가 기피 업무가 되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게 사실인가요?

◆ 허창회> 그게 태풍센터의 위치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지금 위치가 제주도 산간지역에 위치해 있거든요.

◇ 박재홍> 한라산에요?

◆ 허창회> 네. 주변에 인가가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그쪽에 발령을 받게 되면 빨리 태풍센터를 탈출해야겠다라고 이런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 박재홍> 태풍을 피하는 게 아니라 태풍센터를 피해야 되는 상황이네요. 기상청 근무하시는 분들은.

◆ 허창회> 그렇죠. 그러니까 태풍 자체보다는 태풍센터에 근무하는 것을 피하는...

◇ 박재홍> 산 속에 깊이 있나 보네요.

◆ 허창회> 산 속에 깊이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문화시설이나 식당 같은 것도 전혀 없나 보네요.

◆ 허창회> 식당도 없습니다. 산 중턱에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한 번 태풍센터에 출근하게 되면 퇴근할 때까지는 나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죠. 아무튼 그래서 태풍예보관들이 오랫동안 거기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만큼 태풍센터 상황이 열악하다는 뜻이겠죠.

◆ 허창회> 그렇죠. 그리고 애초 당시에 계획했던 인력들도 다 배치를 안 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태풍센터의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런데 기상청에서 얼마 전에 슈퍼컴퓨터 3호를 128억에 도입했다는 보도가 있었지 않습니까? 현재도 가동되고 있는데요. 그러면 이 슈퍼컴퓨터는 태풍 관측에는 전혀 역할을 할 수 없는 건가요?

◆ 허창회> 슈퍼컴퓨터를 가지고 우리가 수치 예측 모델로 수행을 하고 있는데요. 수치 예측 모델에 태풍 예측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수치 예측 모델 자체에 해양과의 상호작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태풍 모의를 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태풍의 강도나 세기 변화까지도 충분히 포함시킬 수 있는 그런 모델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해양과의 상호작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처럼 태풍의 강도 예측에 있어서는 큰 오차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 박재홍> 앞으로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올해 우리나라에 대형급 태풍이 북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11호 태풍 ‘낭카’ 소식도 있고. 교수님은 올해 태풍 예측,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 허창회> 지금 ‘낭카’ 같은 경우에도 태풍의 어떤 시작인 것 같아요. 어쩌면 아마 시작을 안 했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진짜 큰 놈은 8월달 중순 이후에 옵니다.

◇ 박재홍> 8, 9월이 더 위험하다고 보시는 거군요. 그렇게 보시는 근거는 뭡니까?

◆ 허창회> 저희 지금 예측 모델이 대기나 해양상의 요건들이 상당히 대형 태풍을 만들어낼 수 있고, 만들어진 대형 태풍이 한반도 쪽을 향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 부분을 면밀하게 보고 대비를 해야겠네요.

◆ 허창회> 그렇죠.

◇ 박재홍> 알겠습니다. 교수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의 허창회 교수와 함께 태풍 문제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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