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료사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 기간 내내 가장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오너였다. 하지만 시내면세점 티켓을 결국 거머쥐었다는 면에서 둘의 극단적인 행보는 서로 통했다.
10일 대기업 몫으로 할당된 시내면세점 티켓 2장은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가가 획득했다. 이 사장이 경쟁 기간 내내 '이슈 메이커'였다면 김 회장은 '은둔의 지휘자'였다.
입찰 승리를 위한 이부진 사장의 광폭행보는 현대가(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와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부터 시작됐다. 지난 달에는 제주 지역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제주신라호텔 영업을 중단하고 다음 날 제주로 날아가 1주일 이상 머무는 등 남 다른 '결단의 속도'도 보여줬다. 이후 곧바로 중국행 비행기에 올라 중국 외교부 당국자와 국영 여행사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관광객을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장장 8시간의 강행군이었다.
이번 달 들어서는 합작 파트너인 정 회장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주위 경쟁자들로부터 "면세사업권을 이미 따낸 것 같다"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성대한 수준이었다.
마지막 행보는 9일 핵심사업 PT(프레젠테이션)가 진행되는 현장을 직접 찾아 임원들을 격려한 것이다. 전장에서 선봉장 노릇을 한 그가 "잘 되면 다 여러분 덕이고 떨어지면 제 탓"이라고 말한 대목은 그간 행보의 화룡정점이었다는 평가다.
반면에 김승연 회장은 한 번도 시내면세점 전장에 나선 적이 없다. 얼마나 관련 이슈에 관심을 쏟고 투자를 하고 있는지, 그 흔한 멘트 한 번 노출된 적이 없다.
올해 신년사에서 "유통 등 서비스 사업 분야에서 어려운 시장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행해 도전해야한다"고 강조한 것이 시내 면세점 사업과 직접 연결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발언이자 행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한화는 시내 면세점 유치를 위한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방 인력을 서울로 끌어올리는가 하면, 대관 업무의 수준도 대폭 늘렸다. 그룹 내에서 한화갤러리아가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김 회장이 그룹 차원의 자원을 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던 만큼, 얼마나 노출이 됐는가와 상관 없이 관심을 쏟고 매달린 수준은 비슷했을 것"이라면서 "마침 가장 대조적인 행보를 보인 두 오너가 승리한 것이 특이하긴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