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원내대표' 뺏긴 대신 '잠룡(潛龍)' 반열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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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김무성·유승민 '3者 이해득실' 비교분석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론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창원기자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사임하면서 유승민 의원은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면서 한 마디로 ‘박 대통령이 헌법을 어겼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입법부의 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낸 행위에는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에 당직을 지키려 했다는 발언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여권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인사는 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의원이 ‘국회법 파동’으로 오히려 득(得)한 바에 대해 “박 대통령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감행함으로써 ‘미래 권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박 대통령의 가장 큰 실(失)은 유 의원을 내쫓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야당으로부터 ‘친박(親朴·친박근혜)=유신정우회’라는 조롱을 듣는 등 ‘비(非)민주적 불통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점이다.

◇ 유승민, '인지도'·'소신' 얻은 반면 공천 '난망'(難望)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당 의원총회의 사퇴 권고 추인에 따라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지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여당 안팎에선 유 의원에 대해선 “원내대표를 내려놓은 것이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무엇보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지난달 2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유권자 1000명 대상. 95%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3.1%포인트)에서 유 원내대표는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부문에서 4위(5.4%)를 차지했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배신자’라고 지목한 4일 뒤의 결과였다.

김무성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뒤를 쫒는 잠룡(潛龍)으로 분류된 것으로 6~7위권에 1%의 지지도를 보였던 상황과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같은 기관이 지난 7일 발표한 ‘유승민 사퇴’ 관련 조사(유권자 5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4.4%포인트)에선 반대 여론이 49.4%로 절반 가까이나 됐다.

사퇴 당일 실시한 조사에선 아예 여권 내 2위로 지지도가 껑충 뛰었다. 제이티비씨(jtbc)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8일 하루 동안 조사한 결과(유권자 5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유 의원은 ‘여권차기 지지도’ 조사에서 16.8%의 지지율을 얻었다. 1위 김무성 대표(19.1%)에 오차범위 내에서 뒤졌다.

주목도가 높았던 시점에 조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반짝 효과'라는 지적이 가능하지만, "새누리당은 유 의원을 버렸지만, 민심을 더 이끌렸다"는 평가도 가능한 대목이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유 의원이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와 정책 성향을 토대로 “내년 총선에 중도층 공략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고 평가했다. 그의 정책적 트레이드마크인 ‘경제민주화’ ‘중(中)부담 중(中)복지’ 등이 중도 성향의 수도권 민심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에 꼭 필요한데도 대통령이 배제하려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박 대통령과 서로의 ‘소신’ 문제로 부딪힌 점은 잃은 점으로 평가된다. 김무성 대표의 중재 노력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할 말’ 다 하고 사퇴했기 때문에 벌써부터 내년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집스런 이미지를 노출한 점도 약점이다.

◇ 김무성, '사퇴' 관철시켜 '결정력' 확인…청와대 압박에 '굴복'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8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당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윤창원기자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결정이 중심이 돼 유 의원의 사퇴를 이끌었기 때문에 당내 영향력을 확인한 점이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초 김 대표는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을 문제 삼았을 때 “위헌이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유 원내대표를 엄호했었다. 그러나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발언을 한 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청와대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유승민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지난 7일 ‘사퇴 수순’을 전망하면서 “김 대표의 이탈이 결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친박 대 비박’ 구도에서 비박의 한 축인 김무성계가 결국 ‘사퇴 불가피론’을 퍼뜨린 만큼 의총에서 표 대결을 해도 승산이 없다는 전망이 깔려 있었다.

김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입장변화로 기류가 바뀌었기 때문에 위세를 확인한 셈이다. 친박에게 김 대표의 조력이 절실했다는 점은 뒤집어 해석하면 “친박 독자적인 체제 개편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내년 총선까지 자기 체제를 공고히 할 토대를 마련한 성과도 있다.

그러나 결국 당내 갈등의 봉합이 친박과의 불안한 동거 속에서 가능해진 것이기 때문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친박 일색인 최고위원회에서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였던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빠지게 되면서 ‘계파 구도’에서도 밀리게 됐다.

◇박 대통령, '위헌'·'불통'·'독선' 이미지 뒤집어 써…가장 큰 손해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유승민 정국’의 결과 가장 큰 손해를 본 쪽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전국에 생중계되다시피 한 유 의원의 ‘사퇴의 변’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아프다.

유 의원은 자신이 지키려 했고, 박 대통령이 깨려고 한 가치를 ‘법과 원칙, 정의’로 요약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이 ‘원칙과 신뢰’였다는 점에서 정면 반박에 해당한다.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을 천명한 헌법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말도 결국 박 대통령이 위헌적으로 입법부에 개입해 월권을 저질렀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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