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박재홍의>■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자신의 거취 논의를 위해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가 8일 판가름 난다.
지난 5월 29일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재적의원 2/3가 넘는 211명의 찬성으로 통과된 이후 40일만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공개 비판한 지 13일 만에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새누리당은 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프레임에 갇혔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는 거냐?= 자진 사퇴는 아니고 사실상 쫓겨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잠시뒤 9시에 의원총회를 열어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문제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을 벌인 뒤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뜻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처음에는 사퇴권고 결의안을 채택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비박계의 반발에 밀려서 자유로운 토론을 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의견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의 탄핵인데 이걸 표결로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7일 "의원들의 선택을 받은 자리인 만큼 의원들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유 원내대표가 목을 쳐달라는 식"이라며 답답한 마음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사퇴하는 것과 자진사퇴하는 것 무엇이 다른가?
지난달 2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는 격한 언어를 사용하며 국회법 재의를 요구했다. 사진은 당시 국무회의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 큰 차이가 있다. 유 원내대표가 자진사퇴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를 인정하고 스스로 무릎을 꿇는다는 의미가 된다.
또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굴복해 자진사퇴한다면 정당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결과가 된다.
유승민 의원의 한 측근은 "스스로 물러난다는 건 무릎꿇고 굴종하는 것이 된다"면서 "스스로 나갈거면 왜 지금까지 그 고생을 하면서 버텼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렇지만 의원들의 뜻에 따라 사퇴한다는 건 유 원내대표가 일관되게 밝혀온 대로 의원총회에서 뽑은 만큼 의원총회의 뜻에 따라서 그만두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또 스스로 물러나지 않음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친박세력에 의해 강제로 쫓겨나는 모양새가 된다. 박해 받는 정치인, 피해자가 된다는 얘기다. 친박계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맞서다가 쫓겨난 정치인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소신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게 된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의 파장이 일 때부터 "내가 왜 나가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며 자진사퇴 거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 혹시 사퇴가 아니라 재신임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건가?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자료사진)
= 현실적으로 뒤집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의 의총이 난장판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재오 의원은 7일 페이스 북에 "참으로 참담하다"면서 "최고위는 의총이라는 이름을 빌려 그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의총에서의 재신임까지 뒤엎고 청와대지시에 충실한다고한다면 더이상 최고위는 존재 이유도 존재 가치도 없다. 지금 물러나야 될 사람들은 최고위원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정두언 의원과 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도 유승민 원내대표를 쫓아낼 것이 아니라 최고위원들이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을 하거나 표결로 결정하자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 된다.
그렇지만 대세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는 불가피 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비박계 한 중진의원도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지 않느냐?"는 현실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비박 재선 중 서너명을 제외하고는 다 사퇴쪽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만약의 경우이지만 유 원내대표가 기사회생한다면 당청 갈등은 더욱 심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럴 경우 박 대통령의 탈당 압박과, 친박 대 비박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새누리당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다.
▶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당청 갈등이나 친박 대 비박의 갈등이 해소되는 것이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 앞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당청갈등은 표면적으로는 해소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가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니고 미봉책인데다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두고 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정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들뿐이고, 국민들께서 선거에서 잘 선택해 주셔야 새로운 정치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라고 강조를 했다.
이 발언은 엄청난 정계 개편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내년 공천권을 장악해서 당을 친박 친정체제로 물갈이 하겠다는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내분이 수습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분석인 것이다.
일단 후임 원내대표 선출에서부터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친박쪽에서 원내대표 후보를 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당청간 원만한 협력을 이유로 친박계 원내대표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그동안 친박계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국회의장 경선, 당 대표 선출, 원내대표 선출에서 연이어 패배해 왔기 때문에 후보를 내지 않고 중도성향의 인사를 합의 추대할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김무성 대표의 위치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순망치한'을 얘기하는데 비박계 투톱이었던 유승민 원내대표가 쫓겨난 다음에는 김무성 대표가 친박계의 타겟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올 하반기부터 김무성 대표 흔들기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국회법 파동'이 어쩌다 '유승민 사퇴 파동'로 옮아간 거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6일 오후 국회법 개정안이 사실상 폐기된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물꼬를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로 돌렸기 때문이다.
사실 국회법 개정안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는 행정부의 시행령이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게 옳은지? 국회가 시행령 문제까지 관여하는 게 정당한 지 등을 둘러싸고 건전한 논쟁이 일어나는 분위기였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법 개정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등 우리 사회의 정치 담론 수준이 크게 높아질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었다"면서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날 갑자기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면서 정서적이고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발언을 해버리니까 한방에 무협지 단계로 가버렸다"고 평가했다.
▶ 무협지 단계요?= 무협지라는 게 싸우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김병준 교수는 정치적 담론에서 무협지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말한 것인데, 누구와 누가 싸우는 거냐? 이 싸움에서는 누가 이길 것이냐? 누가 끝까지 버티느냐? 이런것만 관심사항이 됐다는 얘기다.
김병준 교수는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를 누가 하건 그건 당내 문제다. 그렇지만 국회법 문제는 우리사회의 정치 담론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면서 민주주의의 문제, 삼권 분립의 문제·정치제도의 문제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계기였는데 박 대통령이 그걸 다시 사람의 문제로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사실 정치기사 대부분이 사람에 대한 문제에 치중한다. 누가 대선후보가 되느냐? 누가 당 대표가 되고 누가 원내대표가 되는 것에만 집중한다. 또 편을 갈라 싸우는 문제, 친박이니 비박이니 아니면, 친노니 비노니 그런 문제에만 천착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국회법 파동이 일 때는 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 국회가 법을 제대로 만들 능력은 있는지? 행정부는 얼마나 월권을 하는지? 그 사이에서 사법부의 존재는 뭔지? 국회 전체가 아니라 로비에 취약한 상임위원회가 행정부의 행정입법을 고치라 마라 하는 게 말이 되는지, 또 대기업이나 로펌의 입법 로비구조는 어떻게 짜여 있는지? 그런 얘기들이 오고 갔는데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유승민이 나가느냐? 버티느냐? 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지적을 했다.
▶ 새누리당은 왜 유승민 사퇴에만 매달리는 거냐?
지난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이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에서 19대 국회 종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되게 됐다. (사진=윤창원 기자)
= 결과적으로는 프레임에 갇힌 것이다. 새누리당 뿐만아니라 정치권이 유승민 사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법 파동'의 본질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한다툼이다. 김병준 교수는 "국회가 국회법을 개정하기 전에 그동안 행정부의 시행령을 문제삼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적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연간 5천여건에 이르는 법률안을 제대로 심사할 역량이 되는지도 의문"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 제동을 걸면서 '유승민 사퇴'의 프레임을 만들었고 새누리당은 여기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SNS에서는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으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고칠 수밖에 없게되니까 반발하면서 사태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사실 국회법 개정안 논란으로 가게되면 박 대통령이 의원시절 두 차례나 관련법 개정안에 서명을 했다는 사실이 부각될 것이고 그렇게되면 청와대의 반대 명분이 약해진다. 또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문제가 여론의 관심을 끌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