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지역 경찰인 119번(35) 환자의 메르스 감염 경로가 미궁에 빠지면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감염시킨 14번(35) 환자의 '지역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70명 넘게 감염자를 낸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건 지난달 27일.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하기 직전 경기도 평택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도착했다.
폐렴 치료차 평택성모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감염된 이 환자는 20일쯤 퇴원했지만, 다시 증세가 악화되자 평택성모병원과 평택굿모닝병원을 전전하다 서울로 향했다.
14번 환자는 평택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양재동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했지만, 호흡곤란 증세까지 나타나면서 구급차를 불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당시 같은 버스에 탔던 운전기사와 5명의 다른 승객은 대부분 보건당국의 추적 끝에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고 잠복기도 무사히 넘겼다.
이를 두고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지역전파 가능성을 반박하는 사례라고 강조한다. 버스처럼 좁고 폐쇄된 공간에서도 감염이 일어나지 않은만큼, 병원외 감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포폰을 사용한 동승자 한 명은 삼성병원 집단 감염 이후 18일이 지나도록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평택 누리로1727호 제3호 객차가 메르스 환자의 경유 경로로 발표된 점을 고려하면 열차보다 더 좁고 폐쇄적인 버스의 감염 위험성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14번 환자가 당시 버스터미널에서 마주쳤을 수많은 사람들도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같은날 14번 환자가 도착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대규모 감염이 이뤄진 걸 감안할 때, 이 환자가 평택터미널에서도 상당한 전염력을 갖고 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시외버스나 평택터미널에서 이미 메르스의 지역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국이 닷새째 감염경로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119번 환자가 평택에서 근무하는 경찰인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보건당국은 119번 환자가 지난달 31일 평택박애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에 주목, 때마침 같은날 같은 병원에 내원했던 52번(54·여) 환자로부터 감염됐으리라는 추정을 내놨다.
하지만 병원 CCTV 확인 결과 119번 환자는 당일 밤 11시 34분에 병원을 나갔고, 정작 52번 환자는 17분 뒤인 밤 11시 51분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두 환자가 우연히 접수하거나 대기하는 공간 등에서 동선이 겹쳤을 것으로 추측한다며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당국이 메르스 감염경로에 대해 새롭게 내놓은 설명을 감안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 진료중 메르스에 걸린 115번(77·여) 환자의 경우, 당국이나 병원은 14번 환자와 화장실에서 마주쳤을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14번 환자와 성별이 다른 115번 환자가 화장실 입구 등에서 잠시 마주친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고 당국이 밝혀온 만큼, 같은날 평택 터미널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없었으리란 보장은 없다.
만약 이런 가능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원내 감염이 이뤄지는 동안, 평택에서는 지역 감염이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었단 얘기가 된다.
당시 14번 환자와 접촉한 뒤 삶의 터전 곳곳으로 돌아갔을,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확산의 열쇠'를 쥐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문이 남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