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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자사주 전격처분 왜?…"경영권 방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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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1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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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000830]이 본격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10일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5.76%를 KCC[002380]에 넘기기로 했다. 제일모직[028260]의 2대 주주(10.18%)인 KCC를 '백기사'로 내세운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날 장 마감 이후 자사주 899만주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내일(11일) 오후 3시까지 입고되면 유효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앞둔 권리주주 확정일은 11일이다. 12∼16일은 주주명부 폐쇄 기간이다. 11일까지 삼성물산 자사주가 KCC 보유 지분으로 전환되면 자사주에는 없는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이로써 삼성물산의 우호지분은 기존 13.99%에다 지난 8일 KCC가 매입한 0.2%, KCC에 처분한 자사주 5.76%를 더해 도합 19.95%로 늘어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의 지분은 7.12%다. 엘리엇은 냉각기간 5거래일 규정에 따라 11일까지 지분 추가 취득이 제한된다.

따라서 삼성물산 우호지분과 엘리엇의 지분 격차는 6.87%포인트에서 최대 12.83%포인트로 벌어진다.

삼성물산이 이처럼 자사주 처분에 나선 것은 경영권 방어 차원의 총력전으로 해석된다.

지난 4일 엘리엇이 경영 참가 목적의 지분 보유 사실을 공시하며 공격을 개시한 직후만 해도 자사주 처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이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에게 합병 반대 제안서를 보내고 현물배당 및 중간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는가 하면 급기야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백기사를 등장시켜 자사주를 처분함으로써 경영권을 지켜낸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3년 SK그룹과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이다.

SK는 2003년 12월 자사주 4.5%를 1천744억원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하나·신한·산업은행에 매각했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과 거의 비슷한 구조다.

국내 금융권이 백기사로 나서면서 우호세력을 결집시켰고, 소버린이 나흘 뒤 법원에 의결권 침해금지 가처분을 냈지만 기각됐다.

최근에는 NC소프트 사례가 있다. 지난 2월 NC소프트는 넥슨의 경영참여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주 195만주를 우호세력인 넷마블에 매각했다.

NC소프트가 넷마블 지분을 인수해 주식 스왑형태로 진행한 계약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 처분은 해외에서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종종 등장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구체적 지표로 제시하며 반격을 개시한 데 이어 자사주까지 처분한 것은 26.63%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의 의결권 향방을 짚어내기 어렵다는 불확실성도 작용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산 입장에서는 외국인 지분 중 어느 정도가 엘리엇의 주장에 동조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 한 주라도 우호 지분을 더 규합해야 할 절박함이 작용한 듯 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주식매수청구권 외에 주주가치 훼손 이슈로 이어질 여지가 있어 막판 표대결을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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