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제일모직과 합병반대를 위한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삼성의 합병작업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삼성그룹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간의 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친엘리엇·반삼성'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소액주주, 새 복병으로 떠올라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을 포함한 삼성물산 합병 반대 세력에 주식의 의결권을 위임하겠다는 삼성물산의 소액주주들이 줄을 잇고 있다.
네이버 카페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회원 중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까지 470여 명이 65만여 주를 위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는 삼성물산 발행 주식수의 0.42%로, 이날 종가 기준으로는 488억원 규모다.
주식 위임 의사를 표시하는 소액 주주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다음달 17일 열릴 주총까지 모으면 양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까지 800명이던 이 카페의 회원 수는 이틀새 1600여 명으로 늘었다.
소액주주들의 강한 불만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대0.35)이다.
삼성은 국내법에 따라 주가로 이 비율을 산정했다. 하지만 자산 기준으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물산의 자산이 29조 5,000억원으로 제일모직의 세 배가 넘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합병 때 주가뿐 아니라 자산가치도 반영하도록 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회사 측이 비용을 적게 들이고 합병하기 위해 주가를 조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분쟁 심화가 주가 상승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도 주주들을 움직이게 하는 요인이다.
◇ 의결권 자문기관도 합병안 반대 권고합병 반대 세력에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도 합류했다.
주총 안건 분석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은 삼성물산의 일반주주 지분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이번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는 의견서를 지난 9일 발송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스틴베스트가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발송한 곳은 국내 자산운용사 8곳이다. 이들 운용사 중에는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 중인 곳도 포함됐다.
서스틴베스트는 의견서를 통해 "삼성물산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이 역사적 최저 수준인 시점에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며 "건설사 PBR이 보통 1배 전후라는 점을 감안해도 합병비율 산정 시점의 삼성물산 평균 PBR(0.68배)은 상당히 저점"이라고 설명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제일모직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최적의 상황이지만, 삼성물산 일반 주주의 입장에서는 주주가치 훼손이 극대화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근시일 내 합병을 해야 하는 시급한 경영환경이나 명백한 경영 시너지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 시점의 합병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들이 이 같은 권고 내용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관심이 쏠린 사안에 대해 의안 분석 기관이 공식 의견을 내놓은 만큼 이를 쉽게 무시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엘리엇에, 국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삼성물산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던 상황이라 국내 '큰 손'들의 입장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엘리엇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임시주총 반대를 위한 의결권(23%)보다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의 한도액을 초과할 수 있는 의결권(16.78%) 확보에 매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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