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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증세 의사조차 위험불감증…인식·제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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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방역체계 긴급 점검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방역망 최일선에 선 의사조차 메르스 의심 증세를 느끼면서도 천수백 명의 사람들과 대면 접촉을 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의사인 A씨는 지난달 27일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이후 확진판정을 받을 때까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시민들과 무차별 접촉한 사실이 4일 서울시 조사 결과 확인됐다.

A씨는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 사흘째에 가벼운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났으며, 30일에는 증상이 심해진 가운데서도 강남의 모 재건축 조합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참석자 수는 1565명에 이른다.

기침과 고열 등 증상이 더욱 악화된 31일에도 병원의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가 이날 밤 모 병원에 격리된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앞서 자가격리 조치된 감염 의심자는 버젓이 일상생활을 한 것은 물론 해외로 출국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하고, 또다른 의심자는 "집에 있는 게 답답했다"며 골프 라운딩을 하는 등 전염병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위험 수위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 의대 최재욱 교수는 "중요한 건 자가 격리의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반드시 전문가가 가서 보고, 자가 격리시 필요 조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에는 감염병 환자를 진단한 의사가 반드시 이를 보고하게 돼 있지만 의무를 다하지 않은 병원 측이 그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온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민의식의 고취나 의료진의 자발적 동참에만 기댈 수도 없어 200만~300만 원의 벌금형에 그치는 현행법을 손질하는 것은 물론, '규정 준수가 손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감염병 의심자가 집이나 시설에 격리돼 생업에 종사하지 못해 생계에 지장이 초래된다면 생활보호조치가 적용되도록 하자는 취지로 지난 3일 발의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구제역 등으로 살처분을 당해 피해를 입은 농가에 국가가 손해액의 일부를 보상해주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또 감염병 환자를 진료한 병원의 피해보상 규정이 없어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어려웠던 만큼 유무형의 피해를 보상하자는 내용도 이 개정안에 담겼다.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무조건 처벌이 능사가 아니고, 환자나 의료기관이 '알려지면 손해'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이같은 보상책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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