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교 유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뜻을 담아 2009년 개교한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이 대학은 개교 7년째인 올해 과학기술원 전환을 확정지었다. 카이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 과기원 전환을 코앞에 둔 지금 울산과기대에서는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과기대 내부에서 잇따르고 있는 온갖 비상식적 행태를 2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전경.
‘직원에게 고발당한 대학 총장이 학교 돈으로 변호사비를 내는 것은 정당한 걸까?’
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총장이 직원들과 빚어진 고발사건의 변호사비를 학교 공금으로 지출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27일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일부 직원들은 임금 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조무제 총장을 고발했다.
대학은 같은 해 10월 이 고발사건을 맡을 변호사에게 선임비 명목으로 330만원의 공금을 지출한다.
이듬해인 올해 3월, 조 총장은 이 소송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그러자 대학은 4월 초 변호사 성공보수로 1천만원을 지급한다.
대학이 1330만원에 달하는 조 총장의 변호사 선임비와 변호 성공비용을 내준 것이다.
대학은 조 총장 뿐만 아니라 직원들로부터 고발당한 한 간부의 변호사 비용 1100만원을 내주기도 했다.
울산과기대 측은 조 총장의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는데, 이는 총장 업무와 관련이 있는 소송이기 때문에 학교가 공금을 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비위, 명예훼손 등과 같은 공무와 관련이 없는 소송일 때는 개인이 변호사비를 내는 것이 맞다”며 “조 총장의 경우 개인 문제가 아니고 학교 행정과 관련해 고발당한 것이기 때문에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의 판단은 학교와 다르다.
복수의 변호사들은 정확히 일치하는 판례가 없어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법정 다툼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지역의 A 변호사는 “학교 돈을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받은 판례가 있다”며 “여러 정황을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B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횡령 혐의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 공금의 경우 사용 용도가 상당히 세부적으로 기재돼 있는데 개인의 고발사건에 교비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 제기의 가능성 안고 있다”고 밝혔다.
C 변호사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판례가 있지 않아 죄의 유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대학 측이 분란의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한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