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하도급 업체가 비밀로 관리 중인 기술자료를 수십차례에 걸쳐 요구해 제공받은 뒤, 이를 자신의 해외 자회사로 빼돌려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G화학이 하도급업체가 보유한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유용한 행위를 적발해 1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10월까지 자신의 수급사업자인 Y사에게 배터리 라벨 제조 관련 기술자료를 23차례에 걸쳐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요구해 결국 제출받았으며, 이를 중국 남경법인에 전달해 유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LG화학은 2013년 12월부터 Y사로부터 배터리 라벨 구매를 중단했다.
배터리 라벨은 배터리 팩의 케이스에 붙일 목적으로 만든 스티커 형태의 서식으로, 배터리 제품명과 규격, 용량 제조연월일, 취급시 주의사항 등의 정보를 표시하고 있다. Y사의 배터리 라벨 제조방식은 디지털 인쇄방식으로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이며, 생산성이 높고 유해물질을 방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Y사의 배터리 라벨 제조방식은 지난 2012년 10월 특허로 등록됐으며, 라벨 제조과정 전반은 비밀로 유지 관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LG화학은 Y사에 자신의 해외 자회사인 중국 남경법인에 라벨 제조시설의 설치를 제안하면서 기술자료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Y사의 중국진출 협상이 결렬된 이후에도 17차례나 기술자료를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해 결국 기술을 제공받은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공정위는 그러나 LG화학의 법위반 기간이 8개월로 짧고,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위반 행위 관련 하도급대금이 Y사의 경우 7억원에 불과해 과징금을 1600만원만 부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대기업의 기술자료 제공요구와 유용행위에 대해 제도도입 이후 최초로 적발해 제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공정위는 LG화학이 지난 2013년 2월 Y사와 하도급거래 기본 구매약정을 체결하면서 서면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은 점을 추가로 적발하고, 경고조치 했다.
또, LG화학이 지난 2012년 8월 또다른 수급사업자인 D사의 납품단가 인하시점을 소급적용해 하도급 대금 1억4100만원을 감액 지급한 사실에 대하서는, 해당 금액을 D사에 지급하도록 명령하고 과징금 3400만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