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환율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직격타를 가했다.
기업들 70%가 엔저 리스크를 감내할 준비도,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기업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기업 절반 이상(55.7%)이 엔저로 수출 피해가 났다고 답했다.
피해 정도로 보면 큰 피해는 21.0%, 약간 피해는 34.7%, 거의 피해 없음이 36.7%, 전혀 피해 없음 7.7%였다.
'거래시 감내할 수 있는 엔화환율'은 평균 924원으로 나타났으며 원엔 환율은 지난 22일 기준 903원이다.
철강이 963원으로 가장 높았고 석유화학(956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 자동차·부품(935원), 조선·기자재(922원), 반도체(918원) 순 으로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선 아래로 엔화가 떨어졌다.
그나마 정보통신·가전(870원), 섬유(850원) 업종은 아직 여력이 남았지만 이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진용 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광주의 한 기업은 "일본에는 거래처 유지를 위해 마진없이 팔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면서 "20%가량의 수출 감소를 겪고 내린 결론은 5% 가격인하"라고 털어놨다.
◇ 식음료 물량면서 가장 큰 타격…18%↓일본 기업의 가격공세에 가장 큰 물량 타격을 받는 업종은 음식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경합 중인 일본 제품 가격을 10% 낮춘다면 자사의 해당 수출 물량은 몇 %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평균 11.7%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음식료가 18.7%로 가장 큰 폭의 감소치를 보였고 철강(15.1%), 조선·기자재(13.3%), 자동차·부품(12.4%), 유화(10.6%), 기계(9.2%), 정보통신·가전(9.2%), 섬유(9.1%), 반도체(8.1%) 순이었다.
한 유제품 수출 기업은 "미국 현지에서 일본 야쿠르트와 경쟁하는데 많이 밀리고 있다“며 ”일본 현지에서의 경쟁은 더 어려워 수출물량이 3분의 1 토막 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수출 침체와 더불어 엔저는 시차를 두며 추가 하락할 수 있고 유로화 역시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엔저 대응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엔저에 대응책을 마련했는지 묻자 기업 70%가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마련했다는 답은 고작 12.0%, 계획중이라는 답도 18.3%였다.
이처럼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는 대외경제환경 불확실성(60.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아베노믹스 초기 우려했던 근린궁핍화정책(beggar my neighbor policy)이 현실화된다"며 "과거 엔고시대의 일본기업처럼 원고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