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지난 6일 저녁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윤창원기자
청와대 반대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데다 여야가 서로 네탓공방을 벌이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7일 오전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한 재정 절감분 20%를 공적연금 강화에 사용하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의 목표치를 50%로 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사회적기구 구성안에 첨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하기로 하자 새정치민주연합도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강경하게 주장하며 본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결국 4월 임시국회 내 공무원연금법 처리는 실패했다.
새정치연합은 공적연금 강화를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먼저 개혁, 이후 국민연금 개혁의 순차적 개혁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커다란 상황변화가 없는 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쪽이 양보없이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하는 '치킨게임' 양상이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의원들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부분을 거론하며 야당을 향해 '맹공'을 펼쳤다.
새누리당 조원진 특위간사는 "야당이 이 '50%'에 그렇게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무원연금개혁을 깨겠다는 것인지, 깨고 싶은데 공식 반기를 들기 곤란해 그렇게 한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7일 오전 공무원연금 특위 대책회의에서 "청와대에 동조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야당 무시, 국회 무시, 의회 민주주의 무시로 정치는 실종됐다"며 칼을 빼들었다.
4월 임시국회 이후 여야의 내부 사정 역시 공무원연금법 논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7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선된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야당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여당과 각을 세우며 강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당선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스스로 약속을 파기한 것은 옳지 못하다. 우선 약속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약속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물은 뒤 그 이후 논의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친노 성향의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원내대표가 누가 됐든 합의한 것은 합의한대로 강하게 밀고 나가지 않겠나"라면서 "특위가 주도적으로 한 것이니 그 기조를 당분간 굽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경우 이번 공무원연금법 처리과정에서 서청원, 김태호 의원 등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발 등으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상황이라 이전처럼 주도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무성·유승민 체제의 가장 큰 과제였던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한 내 처리가 실패하면서 지도부 리더십에 내상이 클 것"이라면서 "이 상황을 바로 수습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 자체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논의를 이어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한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원하는 국민 여론이 높고 또 시간이 흐를수록 적자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수그러들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