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대표,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여·야·정과 공무원노조의 대타협 산물인 공무원연금 개혁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병행돼 여야 정치권이 '지뢰를 밟았다'는 소리가 자심하다.
미래 세대, 젊은 세대에게 짐을 떠넘긴 개혁 아닌 개혁, 개악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여야 정치권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4일 일주일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비판하며 화살을 정치권에 돌렸다.
그러자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는 난감해했고, 야당은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흔드느냐고 반발했다.
김무성 대표는 “최선이 어려우면 차선, 차차선을 선택하는 게 정치 협상”이라며 서청원 최고위원과 소장파 의원들의 당내 반발을 비켜갔고, 문재인 대표는 “소득대체율 50%는 참여정부 연금개혁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에게 큰 재앙을 주는 것으로 당의 운영과 미래에 있어서 지뢰를 밟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의를 주도한 김무성 대표를 은근히 겨냥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면서 국민연금 분야의 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을 만든다면 이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거들었다.
특히 공적연금 강화를 주장했던 공무원 단체의 합의문 초안에는 국민연금 인상을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합의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지도부가 삭제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였다.
새누리당은 우왕좌왕하고, 야당은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지울 뿐이라는 비판론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무성·문재인 대표와 유승민·우윤근 원내대표 등 공무원연금 협상을 주도하고 서명한 여야 지도부가 곤경에 처했다.
중앙일보는 5일자 사설에서 ‘이런 김무성·문재인에게 미래를 맡겨도 될 것인가’라는 제목을 통해 ‘두 사람이 대권 욕심에 졸속 개혁으로 과속·탈선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면 은퇴 이후에도 직장 다닐 때 받던 월급의 50%, 절반을 받을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노후 보장 대책이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2007년 그 난관을 뚫고 50%이던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까지 낮춘 이유가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다. 야당, 특히 문재인 대표가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시키는데 앞장선 것은 국민연금 대상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내가 보증할 테니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6일 처리하라”고 주도했으며 참여정부 때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춘데 대한 빚진 마음이었다는 설명이다.
만약 50%로 올리면 누군가 돈을 더 내야 한다.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거나 2100만 근로자들이 국민연금을 더 내야 하던가, 아니면 우리들의 자녀인 미래 세대, 젊은이들에게 부담을 지워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돈이 없으니 연금 가입자들이 현행 9%인 보험료를 16.7%까지 올려 납부하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다고 한다.
정치권도 재원 마련 방안으로 보험료율을 올리는 길이 가장 손쉽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해 보험료율 인상 카드를 만지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야는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이 벌써부터 발을 빼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하는 수준에서 난국의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연금의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요구해야 한다. 현재 기준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국민연금기금 고갈 시점이 2056년으로 앞당겨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적립금 2561조원을 모두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다음엔 지금 정치인들의 아들 또는 손자·손녀들이 부담을 해야 한다.
연말정산 파동 때처럼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과 병행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라는 사회적 대타협은 ‘안 하느니 만도 못한 개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