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가 무상급식 중단 사태 해법을 찾기 위한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이제 공은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으로 넘어갔다.
야당없이 새누리당 주도의 이번 중재안은 소득 수준에 따른 선별 급식을 하자는 경남도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어서 사실상 경남교육청의 수용 여부가 무상급식 중단 사태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뒤늦은 도의회 중재안, 경남도-교육청 수용할까?
경남도와 도교육청간 무상급식 갈등에 따른 중단 사태에도 그동안 도의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무상급식이 중단된 4월부터 학부모들의 걷잡을 수 없는 반발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도의회가 뒤늦게나마 중재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둔 경남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도의회 역할론'에 대한 입김도 어느정도 작용했다.
도의회 중재안의 핵심은 보편적 무상급식에서 도시와 농어촌 구분없이 소득 수준에 따른 선별급식으로의 전환이다.
지난해 무상급식 대상자 28만여 명의 80% 수준인 16만여 명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수용 여부 시한은 오는 24일 오후 2시까지다.
경남도는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군 예산 부담이 있기 때문에 시장 군수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선별급식 중재안은 잘 사는 아이들까지 무상으로 밥을 먹일 필요가 있느냐는 홍준표 지사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어서 경남도는 수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최근 도의회 영화 예고편 감상과 해외 골프 파동에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까지 올린 홍 지사의 정치적 위기와 악화된 여론도 경남도의 상황 변화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반면 경남교육청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무엇보다 '선별급식' 수용에 신중한 입장이다.
도의회 중재안을 받지 않고서는 무상급식 중단 사태는 장기간 방치될 게 뻔하고, 중재안을 받는다면 박종훈 교육감의 공약인 보편적 무상급식 원칙을 저버리게 된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을 택하더라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어 박 교육감의 큰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이헌욱 행정국장은 "도교육청의 재정능력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행정국장은 그러나 "초중학교는 의무급식으로 하자는 교육감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 야당, 시민사회 "도의회 중재안 최악의 안"야당과 시민사회는 도의회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경남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김지수·전현숙, 노동당 여영국 도의원은 22일 도의회 브리핑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지원 중단 당사자인 새누리당 의원은 중재할 자격이 없다"며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급식지원 대상자 축소, 소득에 따른 선별 급식 등 우려했던 내용이 그대로 현실화된 것으로 최악의 안"이라며 "보편적 무상급식 정책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근거 제시도 없이 정책을 바꾸는 것은 도민에 대한 행정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남도의 재정상황은 시군 부담 없이도 충분히 급식비를 지원할 여건은 충분하다"며 "지난해 수준으로 원상회복만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여영국 도의원은 "이런 중재안을 박종훈 교육감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남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도 "선별적 무상급식을 강요하는 중재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선별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기게 되는 반행정, 반교육적 중재안"이라며 "홍 지사의 입장을 100% 반영한 안으로서 홍 지사의 거수기임을 자처하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았았던 홍 지사에 대한 면죄부이자, 홍준표의 독단적 도정을 정당화하고 인정하려는 것"이라며 "결국 선별적 급식 기조 아래 도교육청 부담은 증가시키고 시군 부담은 축소하는 기만적인 미봉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새누리당은 선별적 급식을 강요하는 중재안을 즉각 철회하고 원상 회복의 방안을 찾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박 교육감 역시 이 중재안을 받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진헌극 공동대표도 "홍 지사의 선별적 급식을 100% 인정하는 참 나쁜 중재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