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당장 해임 않고 '12일 총리' 만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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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국회 대정부질문 참석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퇴를 하지 않고 버티고 있으나 그 시한이 12일쯤 뒤가 아닐까 여겨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퇴를 거론한 김무성 대표와의 회동에서 "귀국 후 결정하겠다"고 대답한 것은 귀국 이후에 자진 사퇴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16일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지켜 본 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 사퇴 결심을 굳힌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에 상당히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이완구 총리를 둘러싼 상황과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보자는 의미도 있으나 내심으로는 경질 결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 스스로 자진 사퇴 결심을 하도록 시간을 준 것으로 읽힌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정면 돌파를 작심한 대통령으로선 선택지가 '외통수'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고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3천만원의 실체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는 '대반전'이 없는 한 이 총리의 사퇴는 기정사실로 굳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는 분위기가 여권 내에서 감지된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이 되면 이 총리의 운명이 결정나고 이 총리는 그동안 시한부 총리 역할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청와대 제공)

 

27일 오전이 되면 총리가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할 이유가 없어진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도 지난해 6월 정치권과 여론의 사퇴 압력에도 불구하고 버티다가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직후 물러났다.

이 총리는 박 대통령의 "귀국 후 결정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말씀은 열심히 하라는 것"이라며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으나 정무적 감각이 탁월한 이 총리는 대통령의 결심이 섰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총리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3천만원 수수설뿐만 아니라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면서 더 이상 같이 가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성완종 회장과 별 친분이 없다고 했다가 20개월 사이에 23번이나 만났고, 지난 2013년 4월 4일 부여·청양 재보궐 선거 때 만났다는 전 운전기사의 진술까지 나오는 등 거짓말을 한 이완구 총리를 더 끌고 가다간 국정 마비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완구 총리를 보호해주는 것까지는 용인할 수 있으나 더 끌고 가다간 국정운영 자체가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여당 내에서 일고 있는 이완구 사퇴론이 활화산이 되면 됐지, 사화산으로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도 대통령의 결심을 앞당기게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16일 김무성 대표를 만나 "귀국 후 결정하겠다"는 발언으로 시간을 벌어주지 않았다면 여당 내에서도 사퇴론의 봇물이 터질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긴급 회동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완구 사퇴론이 들불처럼 번질 조짐을 이쯤에서 차단하지 않았다면 대통령도 곤혹스런 지경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 당 내 상황이었다.

이재오 의원은 17일 CBS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완구 총리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제출되면 동의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여기에 야당이 이 총리의 탄핵을 들고 나온 것도 대통령을 압박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스스로 용퇴하지 않으면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는데 만약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통과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한 여당 의원은 "야당에서 만약 해임건의안이 제출되면 적어도 수십 명의 의원들이 해임 건의안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고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로서도 의원들의 반란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 중원 재보궐 선거 지원 유세에서 '총리 해임건의안을 고려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15분 뒤 "오해가 있었다"는 말로 둘러댔으나 여당 대표 입에서 해임에 대한 고민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긴박했다.

청와대가 이런 여의도 기류를 알고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출국 시간을 늦춰가며 김 대표와 긴급 회동을 한 것이고 김 대표에게 11일만 기다려달라고 SOS를 친 것이다.

김무성 대표로서도 대통령의 남미 순방과 이 총리와의 인간 정리상 당장 사퇴를 촉구하거나 해임건의안을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도 대통령의 순방 때까지는 기다려 줄 수 있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이완구 총리를 버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국정과제를 추진할 동력을 이 총리 지키는 데 쏟을 수 없다는 나름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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