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월호 화두… 국가란 무엇이며 우린 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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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성호 기자)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국가란 무엇이며 국민은 어때야 하는가.

한국 사회의 '적폐'를 집약해 안고 있다가 한꺼번에 터트린 세월호.

부패 덩어리인 세월호가 어떻게 운항을 될 수 있었으며 침몰 과정에서 보여준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인명 경시 수준, 구조 등에서 나타난 국가는 무슨 역할을 했느냐는 것이고,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개인은 진정으로 변했느냐, 특히 공동체 의식과 배려·희생 정신·안전의식이 개선됐느냐 문제 제기다.

세월호 유가족과 야당은 세월호 참사 과정과 구조 등에서 보여준 국가의 역할은 없다고 분노하고 있다.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 300여명이 승선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SOS가 학부모들의 핸드폰을 통해 해경 등에 타전됐으나 초동 구조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 합동재난대책본부는 구조 숫자에서부터 오락가락하기 시작해 참사 당일 내내 허둥댔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국가 재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못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에서 유가족들이 침몰 위치를 표시한 부표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세월호 참사는 "언니 오빠들이 물속에서 살려달라 울부짖는데 바라만 보고 있었던 사건"이라고 했던 어린 학생의 말이 이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는 의문이 지난 1997년 말 IMF 사태 이후 가장 심하게 제기됐다.

야당과 언론은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행적을 제시하라며 압박했고, 무능한 정부, 무능한 국가 운영이라고 질타했다.

일부 시인들도 이런 국가의 무용론에 동참했다.

고은 시인은 "나라라니요. 이런 나라에서 인간이라는 것 정의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라고 일침을 가했고 유용주 시인은 "뿌리부터 가지까지 썩어 문드러진 이 국가를 먼저 구속시켜다오"라고 일갈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과 대책을 둘러싸고서도 국가는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과 단결의 에너지를 모으는데 실패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야당과 유가족의 요구를 마냥 거부하다 마지못해 법안을 수용하는 소극적 태도였다고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이라는 세월호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제정됐음에도 시행령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해 세월호 진상규명특별위원회가 진상 규명을 위한 첫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강한 의문을 담은 질문이 세월호 참사 1년이 되도록 대한민국 하늘을 맴돌고 있다.

세월호 참사 206일 만인 지난해 11월 7일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 등 이른바 '세월호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사진=윤성호 기자)

 

세월호 참사를 놓고 벌이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과 대결은 여전하다.

정치권은 갈등 치유에 앞장서기는커녕 당리당략과 이해관계에 함몰된 나머지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기 힘들 것이다.

학자들은 말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의 갈등지수는 오히려 높아졌다고…

정사(正邪)의 논리가 무색하고 진영 논리만 난무하는 정치·사회가 됐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무슨 일만 발생했다 하면 언제까지 진영 논리에 빠져 옳고 그름에 눈을 감을 것인가에 대한 원망이 드세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대한민국 개조, 혁신론은 구두선,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직접 원인이랄 수 있는 관피아를 척결하고 부패의 사슬을 끊는 등 구습을 혁파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했으나 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관피아들이 빠지는 바람에 친박 정치인들의 '정피아'만 살만 났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부패와의 전쟁은 국가 권력 서열 2위인 국무총리가 가로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국가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가가, 대통령이, 총리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의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민이 나라를, 대통령을 걱정하는 단계다.

개인들 역시 배려와 양보, 정직, 공동선을 실천하고 있는지,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반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 개인은 달라졌을까?

크게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 뒤로 해가 저물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터진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인명을 앗아간 사고들이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안전의식은 정녕 나아졌는가, 안전불감증을 떨쳐낼 날은 오는 것인가라는 자괴감마저 가져본다.

한 번쯤 안전과 관련한 자신의 행동을 성찰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도발적이면서도 불편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현재진행형인 세월호 참사 1년…

2015년 4월 16일 이후로 더 이상 국민의 피와 눈물을 요구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구도자의 자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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