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가 프랑스 경쟁업체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합병한다. 양사의 통합으로 에릭슨·화웨이와 맞먹는 거대 통신장비 기업이 탄생한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는 알카텔-루슨트를 156억 유로(약 18조 555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신들은 두 회사의 이사회도 합병을 공식 승인했다고 전했다. 노키아와 알카텔-루슨트 지분율은 66.5:33.5다.
◇ 노키아, 알카텔-루슨트 인수…세계최대 통신장비업체 부상노키아와 알카텔-루슨트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5세대(5G) 기술 특허의 안정적 확보와 차세대 기술, 서비스 분야에서 혁신 리더가 되기 위해 합병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알카텔-루슨트가 5G 기술을 포함해 보유한 특허는 3만 3000건으로 노키아 1만 1000여건의 3배 수준이다.
인수 후 기업 이름은 노키아로 통일될 예정이다. 합병된 기업은 현재 노키아 수장인 리스토 실라스마 노키아 회장이 이끌게 된다.
두 회사의 합병에 따라 유럽 초대형 통신장비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두 기업의 합산 연매출은 260억 유로(약 30조원)에 달해, 업계 1위인 스웨덴 에릭슨에 육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2위 업체인 중국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는 저렴한 가격과 신속한 서비스를 무기로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 업체 인포네틱스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노키아는 글로벌 무선 네트워크 시장에서 약 17%의 점유율을 기록해 에릭슨(30%)과 화웨이(2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 韓 시장도 요동…재난망 등 국내 공공 통신장비 시장에 큰 영향한국 통신장비 시장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기지국 중심인 무선 통신장비 분야에는 삼성전자가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시장을 두고 에릭슨LG, 화웨이, 노키아가 경쟁하고 있다.
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와 합병을 완료하면 노키아는 삼성전자를 위협하며 확고한 2위 자리에 올라설 전망이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장비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양사 기술력과 해외 사업수주 실적을 앞세워 공격적 영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카텔-루슨트는 유선 장비 분야에서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IP 네트워킹을 위한 광전송 장비, 라우터, 모바일 백홀, 네트워크 관리 소프트웨어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알카텔-루슨트는 지난해 공군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 사업에 참여하는 등 공공 분야에서도 점유율이 높다.
업계는 이들의 시범사업 발주가 국내 재난망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1조 7000억원 규모 재난망 사업 수주를 위해 국내에서는 통신사뿐만 아니라 장비 제조사가 사활을 걸고 있다. 전국에 1만 1000개 기지국을 설치하는 데 약 4000억원이 든다.
삼성전자가 일정 규모 장비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나머지 물량을 놓고 노키아, 화웨이, ZTE, 알카텔, 에릭슨LG 등이 경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두 기업 합병이 국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 4G LTE 분야에서 알카텔-루슨트가 통신사에 장비를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 영향력이 막강하고 화웨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 측은 "국내 LTE 시장은 이미 대부분 구축이 완료돼 더 이상 신사업이 없어 두 회사가 합병하더라도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은 몰라도 국내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