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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아름다웠던 차두리의 마지막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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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3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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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번째 A매치 끝으로 2002년 이후 14년간의 ‘태극마크’와 이별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평가전에서 자신의 마지막이자 76번째 A매치를 끝으로 은퇴했다. 윤성호기자

 

차두리의 마지막 A매치는 뜨거운 눈물과 함께 마무리됐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축구대표팀 평가전에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43분간 활약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A매치까지 선발 출전했고, 주장까지 맡았다.

사실 차두리는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례적으로 뉴질랜드와 경기에 한해 차두리를 대표팀에 소집했고, 그동안 한국 축구의 영웅들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은퇴식’이 아닌 ‘은퇴경기’에 나설 기회를 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의 선발 출전과 함께 전반 막판 교체 투입으로 많은 관중의 박수와 함께 대표팀 경력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더욱이 기성용(스완지 시티)이나 구자철(마인츠)이 아닌 차두리에게 주장 완장까지 맡기며 은퇴 경기의 의미를 더했다.

이 경기는 선수 소개부터 남달랐다. 장내 아나운서는 11명의 선발 출전 선수 가운데 차두리를 가장 늦게 소개되며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많은 축구팬의 환호와 박수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아시안컵과 마찬가지로 차두리는 ‘슈틸리케호’의 공격의 시발점이자 수비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대표팀 공격은 대부분을 차두리를 거쳤다. 기성용과 손흥민(레버쿠젠) 등 동료들도 의도적으로 차두리에게 공을 밀어줬다.

전반 37분에는 모든 동료들이 차두리의 은퇴를 기념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한교원(전북)이 상대 골키퍼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 선제골의 기회를 잡은 것.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중앙선에서 가만히 서 있는 차두리에게 키커로 나설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차두리는 못들은 척하며 끝내 차지 않았다. 차두리를 대신해 평소 절친한 후배인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왼쪽구석으로 강하게 때렸지만 뉴질랜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비록 아쉬운 선제골 기회는 무산됐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약속했던 전반 43분이 되자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의 교체 투입을 지시했다. 차두리는 자신이 차고 있던 주장 완장을 기성용의 왼팔에 채워준 뒤 포옹을 나눴고, 교체 되어 나가는 길에 손흥민과도 포옹했다. 경기장을 찾은 모든 관중은 차두리의 이름을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쳤고, 벤치의 모든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도 일제히 일어나 차두리와 포옹을 나눴다

차두리가 31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뉴질랜드의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 종료 직전 교체되면서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뒤로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전반이 끝나고 차두리는 금빛으로 이름과 등번호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다시 등장해 두 줄로 도열한 동료와 코칭스태프가 차두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는 대한축구협회가 준비한 지난 14년간 차두리의 대표팀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이 경기장에 등장했고, 이 영상이 끝나갈 즈음 차두리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은 한국 축구를 대신해 차두리에게 공로패를 전달했고, 특별히 제작된 황금색 축구화도 선물했다. 국가대표 서포터스 그룹인 붉은악마도 팬들의 사진으로 만든 특별 포스터를 선물했다. 깜짝 손님도 있었다. 차두리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이 깜짝 등장해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아들과 아쉬움을 함께 나눴다. 차두리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다시 한 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너무 너무 감사하다. 나는 분명 내가 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입을 연 차두리는 “나는 잘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열심히 하려고 애썼던 선수였다. 그 점을 여러분들이 알아주신 것 같아서 마지막에 행복하게 대표팀 유니폼을 벗게 됐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후배들도 계속 경기해야 하는데 변함 없는 성원을 부탁한다. 항상 감사하고 행복한 축구선수로 지낼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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