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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청은 왜 역사 발굴을 꺼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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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 안치 및 훼손 방지 등 긴급지원 200만원 요청” vs “유해 발굴 사업은 국가 사무일 뿐”

산내 유족회(회장 김종현)가 밝힌 지난달 17일 유족회와 새누리당 소속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과의 대화 내용이다. (관련기사 2015.3.30 CBS노컷뉴스 "65년 만에 찾은 유골이건만… 울부짓는 영혼들")

상황이 비슷한 경남 진주시가 예산을 지원한 것에 대해 한 청장은 “다른 자치단체 얘기할 것 없다”며 말을 막았다.

앞서 지난 1일 진행된 유골 발굴도 해당 부지 소유자에게 일정금액을 지불한 뒤 이뤄진데다, 앞으로 진행될 유해 안치 컨테이너 설치 등에 필요한 예산 1200만원 가운데 200만원을 요청한 자리에서 오간 대화다. 진주시는 1200만원 가운데 700만원을 지원했다.

제주 4.3 항쟁 특별법에 따라 유해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유족에게는 “산내와 4.3 항쟁은 관련없다”고 답했다. 적게는 1800명에서 많게는 7000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는 산내 학살의 희생자 대부분은 제주 4.3 항쟁 관련자이거나 보도연맹원이다.

정부기관이었던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산내 학살을 비롯한 전국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불법행위’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방안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실제 이 같은 권고를 바탕으로 전국 17개 자치단체에서 관련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원해오고 있다.

모소영 유족회 사무국장은 “돈 보다 생각이 중요한 것인데, 청장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내에 대한 대전 동구청의 냉대는 뿌리가 깊다.

지난 2003년 정부는 대전 동구청에 3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학살터에 위치한 건축물을 매입해 유해 발굴 등을 지원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자유선진당 소속이었던 임영호 당시 동구청장은 이를 돌려보냈다.

“중앙정부의 일을 동구청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당시 논리였다.

2007년에는 진실화해위가 해당 부지에 안내판 설치 등을 이유로 2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도 역시 이를 돌려보냈다. ‘지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이유로 알려졌었다.

반면, 해당 부지에 들어서있는 ‘불법 건축물’에는 한없이 관대한 모습이다. 앞서 2003년 정부가 매입하라고 했던 건물이다. 동구청이 연간 수 십 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이마저도 납부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유족회의 설명이다.

사실상의 묵인이라는 건데, “건축물과 유해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동구청의 입장에 대해 유족회는 “유해가 가장 많이 묻힌 곳이 해당 건축물 부지”라며 10년째 줄다리기 중이다.

모 국장은 “전국적으로 사례가 없는 일”이라며 “땅값 하락과 함께 정치적 이유 등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동구청의 부족한 인권 및 역사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65년 만에 찾은 유골을 위로하기는커녕 200만원도 내줄 수 없다며 빗장을 걸어 잠근 동구청.

유족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과거와의 화해와 용서를 구하고 있는 반면, 대전 동구청은 여전히 과거와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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