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전후로 각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들이 줄줄이 극장에 걸린다. 이는 소위 '아카데미 특수'를 노린 마케팅으로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올해 아카데미 특수가 예년과 달리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 칼럼니스트 김형호 씨는 CBS노컷뉴스에 "올해처럼 높은 아카데미 수상작 프리미엄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1980~90년대까지는 아카데미 9개 부문을 휩쓴 '마지막 황제'(1987)나 7개 부문 수상작 '늑대와 춤을'(1990)과 같은 다관왕 영화들이 흥행에도 크게 성공할 만큼 아카데미 특수가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나탈리 포트만) 수상 이후 흥행 몰이를 하며 162만 관객을 동원한 '블랙 스완'(2010) 등 한두 편을 꼽을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약해졌다.
김 씨는 "올해의 특징적인 상황은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이미테이션 게임'이 160만 관객을 넘은 것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며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버드맨'과 남우조연상(J.K. 시몬스)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위플래쉬'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1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개봉한 위플래쉬는 전국 326개 스크린에서 1457회 상영된 덕에 2만 5826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4위로 출발했다.
영화 '위플래쉬'의 한 장면. (사진=에이든컴퍼니 제공)
지난달 17일 개봉한 이미테이션 게임은 275개 상영관에 685회 걸려 7745명을 모으며 8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의 누적관객수는 160만 8258명이다.
5일 개봉한 버드맨은 145개 스크린에서 298회 상영되며 3667명을 불러들여 11위를 기록했다. 누적관객수는 15만 9746명.
김 씨는 "버드맨의 경우 개봉관 수, 관람등급(청소년 관람불가), 감독의 전작 성적 등을 감안하면 누적관객수 20만 명 안팎은 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고 기대 수준 정도라고 보는데, 20대와 여성 관객의 점유율이 높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