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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후 강의실 대신 '학원 자소서반' 가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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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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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직전에 오픽(OPIc)이나 토익 스피킹 점수를 만들어 놔야 하니까 학원에서 바짝 강의 들어서 점수 따야죠. 또 서류 통과하면 SSAT를 봐야하는데 요즘은 전문 학원에서 굉장히 잘 가르치기 때문에 학교보다는 학원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지방 국립대생인 신모(26)씨는 3월이 되자마자 서울로 올라와 친구의 자취방에 짐을 풀었다. '자소서 학원'의 개강일에 맞추기 위해서다.

신씨는 학원에서 한달간 영어 회화 시험인 오픽 강의를 들은 뒤, 삼성 등 곧 시작될 대기업 채용을 위해 자기소개서 작성반과 싸트(SSAT.삼성 인적성 시험) 대비반을 수강할 계획이다.

 

이번 학기는 '대학생' 아닌 '취업 학원생'으로 지내려고 직접 강의실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강의 한 과목만 수강 신청한 상태.

신씨는 "대학 주변에서도 학원을 다녀봤지만 서울 강남 학원만큼 유명한 스타 강사도 없고 강의 수준도 확실히 차이가 난다"면서 "지방에 사는 주변 친구들도 반 이상은 학원에 다니려고 상경한다”고 말했다.

겨울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는 3월의 분위기는 옛말이다. 지금은 설렘이 가득한 개강 시즌이지만 기업들의 채용 계획이 속속 발표되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강의실이 아니라 학원으로 향하는 이유다.

실제로 학원가에는 오로지 '취업'만을 위한 학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다.

 

취업 전문 아카데미를 표방하는 강남 A학원의 강의는 '현대자동차 자기소개서반', '직무중심 강의반', 'HR(인사) 취업반', 'SSAT 강의반'까지 취업을 위한 A부터 Z까지 가르친다.

수업은 상반기 대기업 채용 시즌에 맞춰 2월말~3월초 중 개강하고 1주일짜리 단기 과정에서 1~2개월 과정까지 기간도 다양하다.

수강료는 10만 원부터 30만 원 사이로 적지 않지만 마감된 수업이 태반이다.

 

이 학원 관계자는 "공채 시즌에는 한 반에 수강생이 30~40명 이상"이라면서 "방학 때는 영어 등 외국어를 관리한다면, 개강 시즌에는 상반기 공채 대비 취업 아카데미에 많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4학년생 취업 준비생들은 학교 시간표마저 취업 준비에 맞추어 짜기도 한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신모(24.여)씨의 학과 시간표도 마찬가지로, 1주일 중 학교 수업을 듣는 날은 이틀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취업 준비에 '올인'이다.

신씨는 "학과 시간표를 짤 때 무리해서라도 수업을 몰아서 들을 수 있게 했다"면서 "수업이 끝나면 곧장 강남의 토익학원 저녁반 수업을 들으러 가고, 학교 수업이 없는 나머지 사흘은 교내 취업 지원 센터에서 금융권 기업 자소서 첨삭 수업이나 모의 면접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을 위한 강의들이 생겨나면서 안 다니자니 불안한데, 그 와중에 학점 관리도 해야 해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 "학교를 다니는 건지 학원을 다니는 건지 나조차도 헷갈린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편 이러한 채용 맞춤형 사교육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예전처럼 토익 점수나 컴퓨터 자격증 정도만 있어서는 완벽히 취업에 대비할 수 없다는 게 취업 준비생들의 중론인 까닭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 4학년 김모(26)씨는 "최근엔 면접 학원이 많이 생기는 추세"라면서 "학원에 가면 말하는 법, 화장법, 옷 입는 법까지 꼼꼼히 케어해 주고, 보통 공채가 시작되는 3~4월 직전부터 SNS에 취업 학원 홍보 글이 많이 퍼진다"고 전했다.

항공사 승무원 지망생인 조모(26.여)씨는 "승무원 학원의 경우 외국계 항공사를 선호하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해 외국계 항공사만 공략하는 학원이 따로 있을 정도"라며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욕구 속에 취업 문턱은 높아져 가니 이런 시장만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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