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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이번주 '기준금리' 결정…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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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압력 높지만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신임 한은총재 부임 후 처음으로 열린 4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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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자 이례적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직접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해 정책당국이 '디플레이션'이란 용어 사용을 금기시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청와대와 금융위, 기재부 일각에서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한국은행의 딜레마

경기가 안 좋고 물가상승률도 낮다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한데 한은은 소극적이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우리 경제의 위기 국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물가관리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은이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설 수 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금리인하는 소비와 투자를 늘려서 돈이 돌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 상황에서는 이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 금리를 인하해도 기업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520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통화를 더 공급한다고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금리인하가 가계의 소비증가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지만 금융소득을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금리를 연 0.25% 인하했을 때 가계의 금리부담은 2조8천억원 감소하는 반면 금융소득은 4조4천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소득 감소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또 높은 가계부채로 인해 금리인하에 따른 소득증대도 부채 축소에 이용될 뿐 소비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지난 2012년 7월 2.25%였던 기준금리는 2년3개월 동안 5번에 걸친 인하로 지난해 10월 2%까지 떨어졌다. 글로벌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과 같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이 기간 경기흐름를 보여주는 경기순환변동치는 거의 횡보상태를 유지해 왔다.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미다.

반면 부작용은 클 수 있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인하와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로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가계 부채는 더욱 악화될 수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하반기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려 자본유출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8일 기준으로 통화정책에 민감한 5년 만기 미국채(1.697%)와 우리 국채 5년물(2.037%)의 금리차가 0.3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차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에 투자할 메리트가 이미 거의 없는 수준이다.

◇ 인하 유혹의 함정

정부와 정치권은 재정 확대와 함께 금리인하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저항과 고통이 수반되는 구조 개혁보다 손쉽게 취할 수 있고, 그 효과도 단기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를 살리는데 재정과 통화정책이 결코 만능이 아니다.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재정확장과 금리인하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결국 유동성 함정에 빠져버린 일본이 좋은 예다.

유동성함정이란 금리를 아무리 낮추어도 투자나 소비 등의 실물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본 정치권이 국민 여론을 의식해 구조개혁은 뒷전으로 미루고 재정과 통화정책에만 매달린 결과였다.

중앙은행의 독립을 법으로 보장한 것도 정부와 정치권의 이런 부당한 압력에서 벗어나 소신껏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 기자회견에서 당장 고통이 따르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구조개혁을 해야 하고 선거가 없는 올해가 그 적기라고 한 것도 통화와 재정정책만으로는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부양의 손쉬운 방법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금리를 인하할 경우 결제통화국이 아닌 우리 나라는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도 있다. 유동성함정 뿐 아니라 자본유출, 금융시스템 붕괴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한 번 내린 금리를 다시 올릴 경우 상당한 후유증을 수반할 수 있다. 이미 낮아진 금리에 적응한 경제주체들에게 부담이 증가하고, 특히 부채가 많은 한계 가계들의 무더기 도산도 뒤따를 수 있다.

◇ 금리전망

이런 점을 감안해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압력이 가중되면서 한은이 궁지에 몰리고는 있지만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하고 좀 더 지켜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진작 등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더구나 가계부채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고, 더구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1%대 금리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결에 무게를 두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취임 이후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깜짝'식의 통화정책을 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지난달에도 만장일치로 금리가 동결된 만큼 금리를 인하하려면 소수의견 등으로 시장에 사전 시그널을 준 뒤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지만 금리인하보다는 돈을 꼭 필요로 하는 실물 부문에 타겟팅(목표를 정해)해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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