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대사 습격 당한 세종문화회관 앞 (장성주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오전 한 시민단체 대표의 공격을 받아 병원으로 긴급후송됐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7시 40분쯤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 참석하는 도중 시민단체 대표 김기종(55)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쳤다.
리퍼트 대사는 길이 25cm 과도로 오른쪽 얼굴부위와 왼쪽 손목부위에 상처를 입어 피를 많이 흘렸다. 곧바로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가 현재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 A씨는 "김씨가 출입문이 보이는 쪽에 앉아 미리 대기하고 있었고, 대사가 입장한 이후 자리가 정돈되고 죽을 먹으려는 순간 달려가 칼을 휘둘렀다"면서 "이후 곧장 남자들이 달라붙어 제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현재 피의자 김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미 대사관 측에서 경비에 대한 요청이 없었지만 사전에 미리 행사를 파악, 만약에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1개 제대(25명)와 정보관 2명, 외사과 형사과 경찰관 각 1명씩을 세종문화회관 안팎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흉기를 미리 소지한 피의자가 리퍼트 대사 주변에 착석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점 등으로 미뤄 행사의 주최 측이나 경찰 등이 경비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 김씨는 민화협의 회원으로 이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자세한 사항은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사전에 흉기를 소지한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경호 대상자가 아니어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행사를 주최한 민화협 측은 "사전 신청을 받았지만 김씨는 등록된 사람이 아니었다"며 "출입관리를 해야하지만 행사 초반 참석자들이 화장실도 왔다갔다 하는 등의 문제로 출입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 대표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한미전쟁연습 규탄 등의 1인시위 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최근까지 한미 훈련 반대 시위를 했는데, 지난 1일 "한중일 과거사는 3국 모두의 책임"이라는 미 국무 차관 웬디 셔먼의 발언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검거 과정에서 "오늘 테러했다. 우리마당 대표다.유인물을 만들었다. 훈련 반대해서 만든 유인물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010년 7월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진 혐의(외국사절 폭행)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