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우측)와 유승민 원내대표 (윤창원기자)
새누리당이 ‘부패없는 사회’를 기치로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는 데 두 팔을 걷어 붙였지만 법안이 통과된 다음날 당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김무성 대표실 한 관계자는 4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통화에서 “다들 어안이 벙벙해하는 표정이고 당황스러워 한다. (여론에)밀려서 (처리)한 부분이 많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A 당직자는 이날 김영란법이 통과된 뒤 언론의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왜 하자가 많은 법을 그렇게 서둘러서 통과시켰는 지 모르겠다. 거센 저항을 불러 일으킨 성매매특별법 때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답답해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 "어안이 벙벙하고 당황스러워"
당 안팎에서는 김영란법 때문에 당이 커다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이면에는 김영란법의 시행 시점이 2016년 9월이란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이 때는 19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1년 2개월 앞둔 시점으로 역대 사례를 비춰보면 정치권에서는 이미 대권레이스가 펼쳐져 있을 상황이다.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액수의 다소를 막론하고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으면 일부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곤 무조건 처벌대상이 된다. 물론, 신고와 수사기관의 인지수사로 사건화될 때의 일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1년 6개월의 계도기간 동안 김영란법의 취지와 내용이 충분히 알려지게 되면 굳이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사건화되지 않더라도 법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기업체들은 대관업무의 메뉴얼을 새롭게 논의하고 있고, 적용대상에 오른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지..” 저마다 대응책을 궁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3일 오후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본회의에서 재석 247인, 찬성 226인, 반대 4인, 기권 17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윤창원기자
◇"김영란법 경제파급효과 세월호보다 심각"막상 시행이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예측이 어렵지 않다. 기업체-정부, 기업체-국회, 의원-언론인, 기업체-언론인, 교사-학부모 사이에 관행적으로 이뤄져오던 모든 금품향응,선물 주고받기 가운데 상당수는 없어질 공산이 크고 그 직격탄은 술집과 밥집, 꽃집, 중소 선물가게, 골프장 등 자영업자와 일부 기업들에게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새누리당 소속 한 법사위원은 CBS기자와 만나 “지역구에서 한 유권자가 김영란법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하길래 그 법이 통과되면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먹고 살기가 훨씬 어려워진다고 설명해줬더니 그 다음부터는 김영란법 얘기를 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김영란법이 경제상황에 미칠 파급영향은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우리 경제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새정치연합의 호남권 B재선 의원은 “화훼농가나 꽃가게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농수산물 선물 시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돼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경제에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경제가 장기 저성장국면에 접어든데다 국제경쟁여건도 좋지 않아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김영란법 한파’까지 겹치게 되면 민생경제가 얼어붙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선거전선에 빨간불로 이어질 공산이 농후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좌측)와 우윤근 원내대표 (윤창원기자)
◇야당 중진의원 "대통령선거 야당 반드시 승리할 것"김영란법이 통과된 직후 새정치연합의 C 중진의원은 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영란법의 후폭풍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며 “박근혜정부의 실정과 10년주기 정권교체 사이클에 김영란법 후폭풍까지 겹쳐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외로 김영란법 처리의 파장이 커지자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상황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 지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 조짐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법을 제대로 만들 수 있었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이끌려 무리하게 법을 통과시킨데 대한 일종의 책임론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4일 초유의 ‘김영란법 보완론’을 펴며 법 개정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자 당내 비판여론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김영란법이 정무위 원안대로 처리될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불거질 것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4월 처리에 무게를 둔 발언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