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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으로 얼마나 브랜드 손실을 입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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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대한항공은 국내 제1의 항공사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그룹 회장의 상속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뉴욕공항 회항사건,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인해 여론과 언론의 무더기 질타를 받으면서 결국 조 전 부사장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여론의 흐름을 살펴보며 대한항공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태도에 달라진 점이 있는지 살펴봤다.

대한항공 브랜드 파워는 2등인 아시아나항공과 큰 격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014년 한 해를 기준으로 조사한 '라이징캣(www.risingcat.com)' 사이트 항공사 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위인 아시아나 항공에 비해 1.45배 정도의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공항에서의 회항은 지난해 12월 5일 0시 50분 발생했으며 다음날인 6일 새벽 한국에 도착했다. 최초의 보도는 한겨레신문에서 8일 오전 1시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이 보도에 이어 6시 3분에 게재된 세계일보 기사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에 노출되면서 폭발력을 갖게 됐다.

특히, 다음의 세계일보 기사는 모바일 다음에 게재된 뒤 월요일 출근시간에 많은 노출과 댓글이 달리면서 폭발력을 갖게 된다. 한겨레신문 기사도 같은 날 8시에 다음에 게재되면서 확산되게 된다.

한겨례신문 : [단독] 조현아 부사장 '사무장 내려라' 고함…대한항공 뉴욕공항 후진 '파문' (8일 1시)
세계일보 미디어다음 : [단독] 스튜어디스에 내려…조현아 부사장 황당 지시 (8일 6시3분)

최초의 보도는 한겨레신문과 세계일보였다. 처음에는 사실위주로 보도되었던 것이 댓글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하와이 원정출산 의심' 등 재벌가 3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관심과 보도가 확산되게 된다.

연합뉴스와 한겨레신문에서 국토부의 조사검토 소식이 속보로 전해지면서 후속보도의 방향은 이제 조현아의 처벌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 국토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법 저촉 검토 (종합) (8일 10시 9분)
한겨레 : [속보] 국토부 '조현아 부사장, 관련 법 위반 여부 조사" (8일 11시 8분)
세계일보 : [단독] 조현아 탄 항공기와 운항관리사 교신내용 입수 (8일 19시 27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은 여기서 큰 강을 건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이 회사내에서 승무원과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는 다소 과도한 아랫사람에 대한 '갑질' 정도의 사건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사그라진다.

모 대기업의 임원의 '라면상무' 사건처럼 회사 내에서의 징계정도로 여론이 정리될 수 있는 사건에서 '항공법 위반'이라는 사건으로 발전하면서 여론은 정부에서 처벌하나 안 하나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뉴스로 후속보도를 기다리는 사건으로 발전하게 된다.

인터넷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관련 검색어의 움직임을 통해 여론의 흐름이 나타난다.

라이징캣을 통해검색어를 살펴보면 12월 8일~9일에는 '조현아', '대한항공 조현아', '원정출산'과 같은 검색어만 주로 나온다.

하지만 사건보도 3일째인 12월 10일에는 '땅콩리턴 조현아', '조현아 보직사퇴', '조현아 처벌', '조현아 처벌서명', '조현아 노답', '조현아 퇴진', '조현아 구속' 등의 검색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퇴'만으로는 안되고 '처벌'을 해서 '구속'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 '땅콩리턴'이나 '조현아 노답'과 같은 검색어에서는 이미 부정적인 상징과 불편한 감정이 표현되고 있었다.

이틀 사이에 왜 이렇게 여론이 나빠졌을까?

보도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2월 9일 가장 조회수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 기사는 아래의 기사다. 첫보도가 나온 뒤 초기 3일간 가장 많은 조회수를 나타냈다.

[한수진의 SBS 전망대] 현직승무원, 오너가 기장과 협의? 책임전가 치졸해 (9일 9시 15분)

이어서 10일 오후 11일 아침에 걸쳐서 여론에 부합하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10일 21시 15분 노컷뉴스는 '조현아 파문에 검찰도 예의주시', 11일 1시 20분 한겨레신문은 '[단독]검찰 조현아, 전형적인 '업무방해'에 해당'란 제목으로 각각 기사를 실으면서 여론의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보도를 내게 된다.

12~13일에는 KBS와 서울신문도 나서서 '욕설', '폭행', '무릎까지 꿇었다' 등의 표현을 써내고 '거짓진술'로 부도덕성을 높이고 '승무원의 충격'까지 보도하게 되면서 여론은 적극적인 처벌로 기울게 된다.

KBS : [단독] '땅콩 회항' 사무장 욕설에 폭행..무릎까지 꿇었다 (12일 21시16분)
아시아경제 : 조현아 전 부사장 폭행·거짓진술, 처음 듣는 일 (12일 23시 5분)
서울신문 : 조현아에 쫓겨난 승무원, 충격 못이기고 결국…(13일 00시 00분)

이런 가운데 조전 부사장의 운명을 가르는 마지막 결정적인 보도가 나오게 된다.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과 승무원을 찾아가 사과하려다 만나지 못하고 남진 쪽지가 사진까지 보도되면서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확고해져버리게 된 것이다.

서울신문 : 조현아, 사무장과 승무원 찾았지만 못 만나…사과 쪽지 남기고 돌아가 (14일 00시 00분)

이제 대한항공의 조 전 부사장은 12월 30일 구속되는 것으로 결말이 난 것으로 여겨진다. 12월 8일 언론의 보도로 시작된 대한항공 브랜드에 치명적인 영향은 조 전 부사장의 구속으로 이어지는 22일간 지속되었다. 12월 30일이 금요일인 관계로 2015년 초의 탑뉴스들 가운데 하나로 해를 넘어가는 불행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태를 통해 브랜드에 얼마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게 됐을까?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피해를 대략 부정적인 글을 읽은 수로 추정해 보면 2014년 12월 8일에서 20115년 1월 8일까지 약 1개월여 기간동안 10만회(PC에서 조회된 기사 기준) 이상의 조회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사는 총 97개이며 총 2,100만회 이상의 기사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뉴스 트래픽이 더 많은 모바일에서의 조회수까지 감안한다면 1개월여 동안 최소 5천만회 이상의 부정적인 기사가 읽혀졌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웹사이트 방문자 수를 2014년 1월과 2015년을 상호 비교했을 때 아시아나항공 웹사이트 방문자는 대한항공 웹사이트 보다 33%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사건이 브랜드에 미친 영향을 바로 알 수 있는 지표는 없지만, 양사의 웹사이트 방문자수의 전년도 대비 추이에서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만일 대한항공이 사건이 보도되는 시점에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시작부터 어떻게 해야만 했을까?

첫째, 8일 '국토부 조사' 관련 보도가 나오는 시점에서 신속히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했어야 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을 갖고 동료들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돌아서서 용서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모든 일은 대한항공 내부 문제로 여론이 흐를 수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 조사와 검찰의 수사까지 보도되고 난 다음에 사과하려 직접 찾아가서 만나지도 못하고 메모지에 적은 간단한 사과의 수준으로 이미 진정성을 회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둘째, 인터넷과 SNS시대에 대비한 대한항공 홍보팀의 언론 모니터링과 대응방안에 대한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과 SNS매체가 발달하면서 언론과 정부는 여론의 흐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포탈과 언론사, SNS에 나타나는 보도와 여론의 흐름에 대해 국민의 '감성'과 언론의 '관심'의 흐름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대응을 했어야 한다.

국토부 조사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홍보팀의 여론 모니터링에 따른 대응방안이 수립되었다면 전체 흐름이 완전히 다를 수 있었다.

셋째, 대한항공 소유자인 조현아 부사장 일가의 진심과 사건의 진실은 돈과 권위로 덮어지지 않는 세상이 도래했다는 인식의 변화다.

이제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작은 하나의 사건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면 급속히 전파되는 시대가 왔다. 언론은 과거와 달리 그 공감을 얻는 기사를 보도해서 언론으로써 대중과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뉴스를 생산하고 나누어보는 시스템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다시는 이번 사건과 같은 최악의 결말로 가는 일이 대한항공에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 본 기고/칼럼은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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