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넘어가보죠.
◆ 김성완> 요 며칠 사이에 서울시가 쓰레기 분리수거 논란으로 아주 시끌시끌했는데요. 서울시가 어제 공식 사과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논란이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이미지에 아주 큰 타격을 줬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분리수거 논란이 박원순 시장에게 뼈아픈 이유,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포털에서 많이 본 뉴스에도 선정이 됐었고. 사실 종량제 봉투 안에 종이나 비닐이 있으면 과태료까지 물리겠다 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결국 서울시가 사과를 했네요.
◆ 김성완> 네, 그렇습니다. 이인근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이 공식 사과를 했습니다. "요즘 SNS상에서 여러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약간의 오해도 있고 저희 실수도 있었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아기 기저귀나 화장실 휴지 등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소각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인정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다시 만들겠다, 이런 얘기도 덧붙였고요. 논란이 됐던 (시민 홍보) 전단지, 이게 가장 시끄러웠던 부분인데 전단지는 배포 중단조치를 취했다는 것도 함께 전했습니다.
◇ 박재홍> 그렇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애초부터 서울시가 왜 이런 조치를 내렸나, 이해가 안 된다.. 이런 분들이 꽤 많으셨어요.
◆ 김성완> 저도 사실은 납득이 안 됐는데요. 과정을 좀 꼼꼼히 살펴보면 왜 그런지 이유가 드러납니다. 저는 이번 논란을 보면서 서울시 공무원들은 집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안 해봤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요. 왜 이런 대책을 내놨을까, 이게 가장 궁금한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이게 이번 논란이 박원순 시장에게 뼈아픈 첫번째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박 시장 취임 이후에 서울시정의 난맥상이 아마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이번 논란이 공무원 1, 2명의 판단 실수라든가 착오에서 비롯됐다고 하면 아마 얘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 박원순 시장의 의지에서부터 비롯된 일이다라고 하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27일이었는데요.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올해 1월 수도권 매립지 사용기간연장 문제로 서울시와 인천시가 갈등을 하다가 박 시장이 아주 어렵게 합의를 봤거든요. 그리고 난 다음에 한 달 뒤쯤이 되는 지난달 27일날 박시장이 마포자원회수시설을 방문을 했습니다. 쓰레기 소각하는 자원시설인데요. 마스크를 쓰고 낫으로 쓰레기봉투를 일일이 박 시장이 헤집으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시민의 감수성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잘 안 한다,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이렇게 말할 정도니까 실무부서 분위기는 어떻겠습니까? 뭔가 큰 핵폭탄 맞은 분위기 아니었겠어요? 이날 서울시가 바로 강도 높은 분리수거대책을 내놨는데요. 이것도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인데,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수거를 안 하면 지역주민들에게 연대책임을 묻겠다, 이런 거였습니다.
◇ 박재홍> 연대책임을요?
◆ 김성완> 그러니까 쓰레기 차량이 분리 안 한 쓰레기를 싣고 오면 그 차량은 열흘 동안 쓰레기를 갖고 오지 못하도록 하겠다, 이런 거였거든요. 그러면 그 차량에 쓰레기를 실어보낸 그 지역 주민들 전체가 열흘 동안 쓰레기를 쌓아두고 살아야 한다, 이런 말이 되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가, 길가에 쓰레기 쌓이는 상황도 각오하고 있다, 이런 강경한 발언을 하기도 했었고요. 이대로 가면 여기까지는 서울시가 좀 강경한 대책을 내놨다, 이렇게 치부할 수 있겠는데 전단지로 가면 얘기가 또 달라지잖아요. 사용한 핸드타월이나 휴지, 영수증까지 분리수거해야 한다, 그러니까 종이는 다 분리수거쪽으로 가야 한다, 이런 식의 대책을 또 내놨던 거죠.
◇ 박재홍> 코 푼 휴지도 재활용으로 분리해라, 이런 얘기도 나왔었고요. 사실 박 시장이 분리수거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로 했던 말 때문에 공무원들이 일제히 움직였던 거 아닙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이게 예전 권위주의 시대 시장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시장이 길 가다가 쓰레기를 봤어요. 그런 다음에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아, 이러면 집에 있던 환경미화원들 다 불러내서 거리 청소시킨다거나 아니면 쓰레기통을 아예 없애버리던 그런 어떤 시절의 얘기가 떠오르는데요. 박 시장이 서울 시민들이 왜 분리수거에 이렇게 소극적이야,라고 한마디 하니까 공무원들은 더 오버해서 연대책임을 묻겠다, 종이도 펄프요, 휴지도 펄프니까 다 종이쪽으로 분리수거해야한다, 이런 발상을 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박 시장은 지금 면밀히 생각해 봐야 될 부분이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을 때는 공무원들이 볼 때 이 사람은 몇 년 뒤에 그만둘 사람, 짧게 있다가 갈 사람 이렇게 치부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연임에 성공을 했잖아요. 지금의 박 시장의 모습은 공무원들이 볼 때 훨씬 더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가 있다, 이걸 박 시장이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 박재홍> 잠재적인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고요. 이번 분리수거 논란, 박 시장에게 뼈아픈 이유, 또 있을까요?
◆ 김성완> 박 시장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하나가 더 있는데요. 바로 트위터의 답글입니다. 한 시민이 트위터에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요? 여성용품 쓰레기를 비닐에 싸지 말고 버리라는 건 인권침해 수준입니다” 이렇게 항의의 글을 올렸거든요. 그러니까 박 시장이 어떻게 답했느냐. “벌칙 강화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썼습니다.
◇ 박재홍> 벌칙을요?
◆ 김성완> 이게 뭔 말이지? 이게 뭐지? 저는 이해가 안 됐어요, 이게. 동문서답을 하는 건지. 답변을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글을 올렸는데요. 오히려 이게 더 많은 사람들의 화를 돋우는 그런 결과로 이어졌죠.
◇ 박재홍> 그래서 SNS 이용자들이라든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실망했다, 이런 반응들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 김성완> 박 시장이 그때 잠시 다른 생각을 했던 건지, 아니면 공무원들의 잘못된 일처리에 화가 굉장히 많이 나서 그렇게 글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번 일로 박 시장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떨어져 나갔을 것 같습니다. 박 시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뭐였습니까? 바로 트위터, 소통이었거든요.
◇ 박재홍> SNS를 통한.
◆ 김성완> 오늘 아침에도 제가 트위터에 한 번 들어가 봤는데요. 이런 게 있습니다. “겨울비가 내립니다, 꼭 우산 챙기십시오.”, “공공부채 1천조 시대의 기사가 나왔는데, 그 기사 참 잘 정리했군요.” 이런 글도 있고요. 누가 “서울 시민을 위해 노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올리니까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꼬박꼬박 댓글 달고. 국민들이 아침에 춥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런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장이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벌칙 강화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글을 올렸으니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권위주의적인 냄새를 확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 시장의 가장 강력한 지지세력이라고 하면 누굴 꼽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