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 전하는 아티스트 3부작의 마지막 여정인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이하 제네시스). 이 작품을 빛내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제네시스는 사진계의 살아있는 신화이자 황무지에 25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기적의 숲을 만들어낸 사진 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 "사진…가까이서 찍는 게 다가 아니다"
굴러다니는 곰의 모습을 찍기 위해 땅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가까이 다가가는 일흔 살 포토그래퍼 살가두. 극중 그의 모습은 왜 그가 현존하는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불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곰을 찍으려면 곰처럼 굴러다녀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다소 단순해 보이는 까닭에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피사체를 카메라에 오롯이 담기 위해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보려는 작가의 40년 사진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 "인간…살 자격조차 없다고 믿었다"
검은 방에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살가두는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그 어떤 구원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살아 있을 자격조차 없다고 믿었습니다. 우느라 카메라를 내려놓은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라고 털어놓는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살가두의 눈빛은 마치 관객들을 바라보는 듯하다. 당시의 참혹했던 심정을 너무나 담담하게 읊조리는, 그의 담담하지만 비애에 찬 목소리와 표정은 보는 이들에게 무겁고 깊은 울림을 남긴다.
◇ "땅…살가두의 절망을 치료하다"
모든걸 내려 놓고 고향인 브라질로 돌아간 살가두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황폐해진 고향의 초라한 모습이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숲이 무분별한 개발 탓에 파괴됐고 동물들도 사라졌다.
절망한 남편을 위로하기 위해 아내가 "다시 예전과 같은 숲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살가두 부부는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 기적을 만들었다.
나무를 심기 시작한 첫 해에 반이 넘는 나무가 죽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나무 심는 일을 계속했다. 나무가 우거진 숲이 되고 사라졌던 동물들이 돌아와 생태계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250만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하나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 기적을 전하고 있는 살가두 부부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 '제네시스' 상영관CGV 아트하우스 압구정·강변·구로·상암·대학로·신촌 아트레온·여의도·동수원·오리·소풍·인천·광주터미널·대전·대구·서면·센텀시티·천안 펜타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