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처벌 규정이 제정 62년 만에 폐지됐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윤성호기자
헌법재판소가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형법상 간통죄는 사라지게 됐다. 1953년 제정된 간통죄 형법 조항이 62년 만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국가가 국민을 간통죄로 처벌하는 문제는 그동안 법조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다.
이번 위헌 결정은 법이 개인의 사생활과 성적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는데다 처벌의 실효성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큰 만큼 간통죄 폐지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등 관계당국과 사법부에서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이번 결정으로 인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에는 위헌 결정의 효력과 관련해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부터 소급돼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2008년 10월30일까지 간통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현행법으로는 구제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간통죄의 면소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혼란이 우려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결정으로 간통행위에 대한 형법상 소추는 어려워졌다고 해서 간통죄가 용인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통죄가 폐지돼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배우자에 대한 순결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만큼 민법상 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불륜에 따른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이혼시 위자료를 징벌적으로 높이고 이혼시 재산분할에서도 간통에 따른 책임을 지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경찰 조사 등 형사적 절차 역시 사라지기 때문에 피해 배우자가 직접 간통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따라서 배우자의 불륜에 따른 피해자가 상대의 불륜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보완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간통죄에 따른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여성들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