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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간통죄 위헌'…판결문 속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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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위헌, 사회인식 변화·처벌 실효성 의문이 결정적

간통죄 처벌 규정이 제정 62년 만에 폐지됐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윤성호 기자)

 

한국사회의 윤리·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던 간통죄가 탄생한지 62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간통죄(형법 제241조)의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에서 “간통죄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26일 선고했다.

총 9명중 7명의 헌법재판관이 간통죄가 위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간통죄는 이날부터 즉시 효력을 상실하고 폐기됐다.

‘보수성이 강하다’는 현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평을 감안한다면 7명의 헌법재판관이 ‘위헌’판단을 했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근거들을 결정문을 토대로 살펴봤다.

◇ 가정과 성개념에 대한 국민인식의 변화, 형사처벌의 적정성과 실효성에 의문

박한철,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우선 우리사회의 인식변화를 간통죄 폐지 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급속한 개인주의 및 성개방적 사고가 확산되면서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비도덕적이기는 하나 법으로 처벌할 사항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하는 사회구성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간통행위를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사회구성원들이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간통을 형사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적정성이나 실효성 면에서 의미가 없다는 판단도 위헌 결정을 뒷받침했다.

개인의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에 대해서는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최대한 자제하고 개인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도덕적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크지 않을 경우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현대 형법의 추세도 감안했다.

친고죄이고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에야 고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이 가정과 혼인제도를 보호하는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간통을 하지 못해 혼인관계 유지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심리적 사전억제수단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축했다.

다수의 재판관들은 이처럼 간통죄로 인해 우리사회의 혼인제도 보호라는 공익이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반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라는 기본권은 지나치게 제한해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 혼인이 사실상 파탄 상황에서 간통죄 적용은 지나쳐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결론은 같았지만 7명의 재판관 중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의 위헌근거는 다른 5명의 재판관과 달랐다.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죄에 대한 형벌적 규제가 아직도 필요하다는 것이 상당수 일반 국민들의 법의식으로 보인다”며 사회적 인식변화를 거론한 5인의 재판관과 다른 시각을 보였다.

간통행위를 예방하고 혼인관계를 회복시키는 효과도 인정했으며,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이혼 뒤 위자료 청구 등을 할 때 유용하다며 간통죄의 실효성도 상당부분 인정했다.

김 재판관은 하지만 다양한 유형의 간통행위자와 그 상대방을 일률적으로 처벌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기간 별거에 들어가는 등 법률적으로 이혼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혼인이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다른 이성을 만난 행위까지 똑같이 간통죄를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간통자의 상대인 상간자를 간통죄로 처벌하는 것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상간자가 미혼일 경우 문제의 성생활 역시 전적으로 개인의 권리일 뿐 아니라 기혼자와 같이 성적 성실의무를 지켜야 할 이유도 없는데 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라는 지적이다.

강일원 재판관은 간통죄의 적용 범위가 매우 불분명한 것을 위헌의 근거로 삼았다.

간통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41조 제2항은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배우자가 간통을 사전에 동의하거나 사후에라도 용서한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어느정도 수준을 ‘사전 동의’ 혹은 ‘사후 동의’로 볼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다는 주장이다.

매우 다양한 간통행위의 유형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반드시 징역형만 적용하도록 한 것은 비례원칙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 소수의견 : 사회 건전한 성도덕을 유지하는데 있어 형법의 역할 부정할 수 없어

예상보다 많은 재판관들이 위헌 결론을 내리기는 했지만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여전히 간통죄가 합헌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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