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일가족 흉기 난동 사건을 두고 갖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5. 2. 23 경찰 "천안 일가족 흉기 난동 정신이상 때문" 등)경찰은 이웃 남성의 피해망상으로 잠정 결론 내렸는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른 고 씨는 자신의 아파트 6층 베란다를 통해 가스배관을 타고 7층을 거쳐 8층 박 씨의 집에 들어갔다.
고 씨 부인은 "남편이 새벽에 갑자기 베란다 쪽으로 갑자기 뛰어갔다"고 진술했다.
고 씨는 슬리퍼를 신고 나가 가스배관을 탔고 경찰 조사결과 7층 베란다 난간에서 슬리퍼 족적이 발견됐는데 여기서 첫 번째 의문점이 제기된다.
1~2층도 아닌 무려 6층 높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실족 위험이 있는 상황.
고 씨 부인은 남편이 베란다로 뛰쳐나간 것을 알면서도 신고를 통해 위험을 알리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고 씨 부인은 "남편이 갑자기 베란다 쪽으로 뛰어나간 뒤 잠시 후 '우당탕'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한 여성이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고 해서 119에 신고하려는 순간 여성을 뒤쫓아온 남편이 나를 찔렀다"고 진술했다.
여기에 고 씨가 굳이 8층을 콕 집어 올라가서 흉기를 휘두른 점도 이상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고 씨 부인도 흉기에 찔려 병원에 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를 할 수 없었다"며 "상태가 호전돼 봐야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의문점은 고 씨가 6층에서 8층까지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 가능했느냐 부분이다.
일단 앞서 경찰이 밝힌 바와 같이 7층 베란다 난간에 슬리퍼 족적이 남겨져 있는 것으로 미뤄 고 씨가 가스배관을 통해 7층 난간을 딛고 8층으로 올라갔다는 점은 어느 정도 증명된다.
하지만 일반 원룸도 아닌 아파트에서 슬리퍼를 신은 채 가스배관을 타고 그것도 한 층이 아닌 두 개 층을 올라갔다는 것은 충분히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가스배관을 타고 원룸 등에 침입하는 절도범들이 있는 것처럼 건장한 일반 남성이 가스배관을 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기되는 의문은 고 씨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피를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집 밖으로 달아난 박 씨의 딸(21)이 옆집이나 바로 위층, 또는 밑에 층인 9층이나 7층이 아닌 6층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느냐는 점이다.
그것도 6층 가운데 굳이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른 고 씨의 집에 가서 고 씨의 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점은 경찰 수사관들마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박 씨 딸이 고 씨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우당탕' 같은 큰 소리가 났고 앞서 고 씨 부인의 진술처럼 우당탕 소리를 들은 고 씨 부인이 문을 열면서 우연히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씨 딸이 도움을 요청한 당사자가 다른 곳도 아닌 콕 집어 자신을 찌른 고 씨의 집이었다는 점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조사결과를 토대로 고 씨와 박 씨 가족이 서로 일면식이 없는 사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고 씨가 평소 "이상한 사람이 (나를) 죽일 것 같다"며 112에 여러 차례 신고하는 등 피해망상을 앓고 있다고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고 씨의 피해망상만으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여러 정황상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응급 수술에 들어간 상태로 정확한 조사가 진행될 수 없었고 피의자인 고 씨 또한 횡설수설하는 등 조사를 받을 만한 상태가 아니어서 여러 의문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단 고 씨가 안정되는 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부검과 현장 조사를 통해 제기되는 의문점을 밝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