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 김성완> 설 연휴 동안 흡연자들의 분노하게 한 일이 있었는데요. 바로 정치권에서 터져나온 바로 저가담배 도입 논란입니다. 흡연자들의 비난이 인터넷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흡연자들을 세 번 분노하게 한 정치권,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담뱃값 2000원이 오른 지 두달도 안 되어서 이런 얘기가 나온 거 아니겠습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어제 여야 원내대표 발언을 보면 저가 담배 도입을 안 하겠다는 거 아닌가요?
◆ 김성완> 이게 바로 흡연자들을 분노하게 한 첫번째 이유가 될 것 같은데요. 흡연자들이 무슨 요즘 말로 얘기하면 호갱도 아니고요. 언제는 담뱃값 올리는 걸 흡연자들의 건강을 위한 것처럼 포장을 하더니 또 이번에는 흡연자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염려해 주더라고요. 도대체 담배를 피우라는 건지 끊으라는 건지 알 수가 없는데요. 방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이랬다, 저랬다 하고 있습니다. 논란의 진원지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설 직전에는, 그러니까 지난 17일에는 저가담배에 대한 요구가 있는 만큼 정책위에서 검토해달라 해서 논란에 불을 지폈는데요. 어제는 말이 싹 달라졌습니다. 그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얘기고, 당장 추진할 계획은 전혀 없다, 이렇게 말을 바꿨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유 원내대표의 말이 나온 다음날 전병헌 최고위원이 난데없이 직접 말아서 피우는 봉초담배를 활성화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런 얘기를 꺼냈습니다. 봉초담배에 붙는 세금을 좀 낮게 해서 봉초담배를 많은 사람들이 피울 수 있도록 하겠다, 뭐 이런 얘기인데요.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니까 어제 우윤근 원내대표가 불을 끄느라고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기자간담회까지 열어서 그건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이렇게 반박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저가담배 논란, 해프닝으로 끝나는 건가요, 그러면?
◆ 김성완> 흡연자들을 더 화나게 하는 두번째 이유가 바로 이것인데요. 쓸데없는 희망을 심어주는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이 뭘까요, 절망에서 헤어나올 가망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희망장사를 하는 건데요. 사실은 애초부터 세금을 내린다거나 하는 방안들이 쉽게 거론될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기왕 올린 담뱃값을 다시 내린다는 건 흡연자들 입장에서 사실 받아들일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책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 거거든요. 여야 모두 저가담배 도입 안 할 것처럼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하지만 말 끝을 계속 흐리고 있습니다, 지금. 희망을 주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인데요. 유승민 원내대표가 어제 이런 말을 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법안 통과될 때 1000원 정도 올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의원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얘기가 있었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요. 그러면 2000원을 올린 게 너무 비싸다고 생각을 하니까 좀 내리겠다는 뜻인 건지 좀 아리송한 이런 얘기를 했고요. 새정치연합 안기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담뱃값 현실화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이게 무슨 담배가 도루묵도 아니고 말이죠.
◇ 박재홍> 희망고문이네요.
◆ 김성완> 네, 희망고문 딱 맞는 말입니다. 2000원을 올리고 난 다음에 ‘너무 많은 거 같아, 그러니까 다시 내려도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지금 얘기하고 있는 건데요. 두 달 전에 인상한 2000원 인상안에 (의원들이) 다 찬성했던 거 아니겠어요, 어찌됐든간에 결과적으로 여야가 모두.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래놓고 이제는 잠시 그때는 제가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도로 한 2500원으로 내리면 안 될까요, 뭐 이런 황당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 박재홍> 여야 정치권 모두 왜 그리 중요한 정책을 말 그대로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걸까요?
◆ 김성완> 우윤근 원내대표가 솔직고백을 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포퓰리즘이라고, 말은 그럴싸하게 했지만 이유는 하나입니다. 표 때문입니다.
◇ 박재홍> 표 때문이다.
◆ 김성완> 네, 대통령 지지율과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추락을 하고 있잖아요. 어떻게든 성난 민심을 달래야 하는데요. 특히 정부여당 지지세가 강한 노인층이나 저소득층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는 거죠. 더군다나 야당도 마찬가지지만 4.29재보선이 지금 코 앞으로 다가왔잖아요. 이제 없는 사탕을 만들어서라도 사탕발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쓸데없이 희망을 주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한 해 세수결손이 지금 한 10조원 넘게 나고 있다고 그러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지금 담뱃값 인상으로 적게는 2조 8000억, 많게는 6조 이상의 세수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다시 올려놓은 담뱃값을 내릴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리고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정치권이 한 번 자신들이 도장을 찍어가지고 통과를 시켰으면 지금 담뱃값 인상과 금연율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좀 지켜봐야 되는 거 아닐까요?
◇ 박재홍> 그렇죠, 평가할 시간이라도 가져야 하고.
◆ 김성완> 그렇죠. 최소한 6개월이든 1년이든 좀 보고 난 다음에 그때 가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고백하고 난 다음에 원래대로 내리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든 그래야 정상인데 그것도 하지 않고 바로 지금 두 달 뒤에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건 결국은 국민들 표 의식해서, 여론 의식해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현실성 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라는 얘기랑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뭐 그래서 저가담배 얘기를 살짝 했다가 비판 여론이 너무 거세니까 ‘그냥 아이디어였다.’ 이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김성완> 그것도 또 화가 나게 하는 거죠.
◇ 박재홍> 네, 이렇게 이제 흡연자들을 분노하게 하는 이유가 있는데, 세번째 이유는 뭐로 짚으셨어요.
◆ 김성완> 담배로 저소득층 절망을 더 깊게 했기 때문인데요. 이건 아마 죄치고는 가장 높은 죄질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담배 피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담배는 좀 공평한 그런 기호품이었습니다. 돈이 많으나 적으나 피우는 담배 가격은 1000원 정도 안팎 차이었거든요. 그리고 내가 담배를 선호한다고 하는 것도 담배가격이 무조건 높기 때문에 담배를 선호한다기보다는 사람들 간의 약간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도 거기에 포함이 되어 있는데요. 만약에 저가담배라고 하는 봉초담배 같은 것들을 피우게 된다고 하면 진짜 실제로 저소득층 담배가 생겨나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외국 같은 경우에 지금 봉초담배를 많이 활성화하는 곳들도 있는데요. 그런 나라들 같은 경우에 대체적으로 저소득층이 봉초담배를 말아 피우게 됩니다. 지금 인터넷에서 이번에 저가담배 논란 나오고 난 다음에 담배도 서민용, 귀족용 나누겠다는 얘기가 아니냐, 뭐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 박재홍> 담배로 계급을 만드는 그런 인상을 주고.
◆ 김성완> 그러니까 저소득층은 이 담배잎을 사서 혀에 침을 묻혀가면서 말아서 피우고, 소득이 좀 높은 사람은 4700원짜리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편하게 사서 피는 그런 식의 시대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실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높은 축에 든다고 하잖아요. 이번 논란으로 오히려 담배 끊었던 사람도 담배를 더 피지 않을까, 뭐 그런 걱정도 되는 부분이에요.
◇ 박재홍> 화를 돋운 결과였다, 이런 말씀이십니다.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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