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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 지휘관' 조장철 "살처분 '죽이는 일 아닌 살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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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AI 막으려면 개별 농가 방역 철저히 해야"

지난 5일,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의 한 오리농가에서 AI 의심 판정을 받은 농가와 인근 농장의 오리를 살처분 하고 있다. (사진 박철웅)

 

"음… 사명감이랄까요? 사실 그거 조금이라도 없으면 이 일 하기 힘듭니다."

어릴적 심하게 앓은 소아마비로 한쪽 발이 불편해진 조장철(48) 씨. 그런 그에게 사명감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 그건 바로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AI와 싸우는 일이다.

그는 안성시청 축산과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15시간 이상 이어지는 살처분, "긴장감 놓을 수 없어"

경기도 제1의 축산도시인 안성에 '대재앙'이 들이닥친 지 꼭 한 달이 되던 지난 5일. '사명감'으로 버텨온지도 15년이 다돼가지만 살처분이 있는 날이면 목구멍에 뭔가 걸린 것처럼 속과 마음이 편치 않다.

"하루 종일 죽이고 묻는 작업이 계속됩니다.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거죠. 현장에서는 매 순간순간 긴장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이날 이른 새벽부터 조 씨가 찾은 곳은 보개면의 한 오리농가였다. 예찰검사 결과 AI 의심 판정을 받은 오리 9천여 마리와 인근 농장에서 사육중이던 4,200여 마리를 예방차원에서 살처분해야 한다.

작업은 조 씨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이뤄졌다. 농장내 비닐하우스를 밀폐시킨 뒤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했다. 그는 가스 주입 작업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자칫 잘못하면 작업자가 가스를 마실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가스에 질식해 죽은 오리들은 덤프 트럭에 담겨 농장 한 켠에 파놓은 매몰지로 옮겨졌다. 오리들은 땅 속에 미리 묻어둔 1t 짜리 파란색 PVC통 속으로 쏟아져 내렸다. 통속에서는 계속 김이 솟아올랐다.

거침없이 작업을 통제해가는 그의 모습을 두고 '방재 지휘관'이라 불렀더니, 그는 손사래를 쳤다. 지휘관은 자신이 아니라 지금도 비상근무 중인 모든 방역관들이라고 했다.

안성시는 발병 이후 하루도 빠짐 없이 100여명의 공무원들이 교대로 통제초소를 지키고 있다.

이날 작업은 밤 10시가 돼서야 마지막 PVC통의 뚜껑이 닫혔다.

◇'죽이는 일 아닌 오히려 살리는 일', "스스로 방역 철저히 해야"

조 주무관은 안성에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했던 2002년의 기억을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그 때, 그는 마음 깊이 한 가지 다짐을 세겨 넣었다.

"처음으로 살처분 명령이 떨어진 농가에 가서 소를 끌고 나왔습니다. 소가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리고 그걸 본 노부부가 소를 붙잡고 우는 모습을 보고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나'하는 자괴감 같은 게 들더군요."

이후 그는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심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이 소를 죽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 소 때문에 다른 소를 또 죽여야 할 수도 있겠구나'."

이 때부터 그에게 있어 살처분은 '죽이는 일이 아닌 오히려 살리는 일'이 됐다.

"살생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 살생으로 우리 안성의 수십만 마리의 소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면, 그게 보람이라면 보람이지 않겠습니까."

겨울이면 으레 찾아오는 대재앙 앞에, 영하의 날씨에 살을 에는 칼바람을 맞고 벌판 위에 서 있어도 그가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조 씨는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구제역이나 AI를 막으려면 개별 농가들이 철저히 방역을 해야 합니다. 생때같은 놈들 죽이지 않으면 소독하고 또 소독하십시오."



[영상제작] = 노컷TV박철웅PD(photo.nocutnews.co.kr/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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