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기자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표 대결 결과가 정치권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표대결 과정에서 발생할 이탈표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어서다. 어느쪽에서 얼마나 이탈표가 생기느냐에 따라 여야 중 한쪽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 野, '본회의 참석'으로 기류 바뀌나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6일로 연기한 것은 참석해서 당당하게 들어가서 반대하겠다는 뜻이었다"며 "우윤근 원내대표도 그런 생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 역시 이날 문재인 대표에게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어 들어가서 표대결을 할 지, 본회의에 불참할 지는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보고해 표 대결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애초 12일 본회의에는 불참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한차례 본회의를 연기한 이상 참석해 반대표를 던지자는 의견이 당내에서 적지 않다.
불참할 경우 의결정족수 '재적의원(295명) 과반수 출석'만 채우면 인준안 통과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되레 야당이 이 후보자를 봐준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친노 성향의 중진 의원은 "주변에서 '본회의에 불참해 그냥 통과시켜주려고 야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며 "차라리 참석해서 끝까지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낫다"고 말했다.
여당 입장에서는 소속의원 중 148명만 출석하면 과반을 얻는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인사청문 특위 위원인 김경협 의원도 "개인적으로는 표결에 참여해서 확실히 부결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하지만 충청권을 중심으로 이탈표가 발생해 의석수(130석)보다 반대표가 적게 나올 수 있다는 데 고민이 있다. 이 때문에 역시 인사청문 특위 위원인 진성준 의원은 "투표결과에 따라 새 지도부의 리더십에 상처를 줄 수 있다. 본회의에 불참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은 16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 與, 표대결 '정면승부'…반란표 단속여당은 인준안 처리에 대비해 표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야당이 불참할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요건이 가장 큰 난제다. 일부 의원이 해외나 지방 일정으로 불참할 경우 단독처리도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해외 출장 중인 5명이 모두 16일 오전에 귀국하기로 했다"며 "의원들에게 계속 전화를 돌리고 있다. 인준안 처리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또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교육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참석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표 대결로 갔을 때는 얼마나 반란표가 생길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솔직히 100% 확신은 못한다. 여당 내에 이탈표 없다고 어떻게 알겠느냐"며 "이탈표는 아무래도 평소에 소신 목소리를 냈던 분들 중에서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는 "인사 문제는 당론으로 하지 않는다"며 소신 투표를 시사한 이재오 의원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탈표가 결과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숫자가 나온다면 당내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원내사령탑에 오른 지 얼마 안된 유승민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흠집이 날 개연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