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완구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놓고 여당은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한다", 야당은 "처리 여부는 다시 합의해야 한다"고 대치해 여당 단독처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5년여 전처럼 '반쪽총리' 배출로 정국경색이 재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4일 "DJ정권 이래 최근까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여당 단독처리된 것은 MB정권 때인 2009년의 정운찬 총리 뿐"이라며 "이번도 그때처럼 간다면 그때만큼 힘들어질 수 있다. '정운찬 후폭풍'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정운찬 전 총리 재직시절 1년여간 극심한 여야 대립과 당내 계파갈등에, 재보선 참패 등을 겪었다.
최근 "총리를 (여당) 단독처리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느냐. 국회가 계속 이어져야 하고, 야당하고도 계속 정치를 해야 한다"던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의 발언도 '정운찬 후폭풍'의 학습 결과로 해석된다.
정 전 총리의 임명동의안은 2009년 9월 한나라당∙친박연대 의원과 친여성향 무소속 의원들이 모여 치른 표결에서 가결됐다. 민주당과 선진당 등이 집단 퇴장했기에 사실상 여당 단독처리로 간주된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도 단독 채택한 상황이었다.
정 전 총리는 병역기피나 재산형성 의혹 외에도 '세종시 수정안' 소신 탓에 민주∙선진 양당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있었다. 머릿수에 밀린 양당은 정 전 총리의 취임인사까지 거부하면서 아예 총리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해 국정감사는 서울대 감사에서조차 정 전 총리가 증인 신청되는 등 '정운찬 국감'으로 점철됐다. 예산심의에서도 MB정권 최대사업인 4대강사업 예산이 계속 보류됐다.
정 전 총리 임명 한달 뒤 치러진 10∙28재보선에서 여당은 5곳 가운데 수도권 2곳 등 중부지역 3곳에서 패했다. 그나마 이긴 2곳 중 '안방'인 경남 양산에서는 당대표 출신 박희태 후보가 고작 3000여표 차 진땀승부를 벌였다. 민심이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야당의 손을 들어준 결과였다.
단독처리의 직접 결과물은 아니지만, 정 전 총리의 등장은 한나라당 분당 위기까지 초래했다. 그의 세종시 수정안 소신은 2010년 정부의 '세종시 수정법안' 제출로까지 이어지면서, 친이∙친박 내전을 불렀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당의 존립 문제"라며 원안을 고수했다.
반쪽총리로 시작한 정 전 총리는 결국 임기를 1년도 못채운 채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뒤인 2010년 8월 물러났다.
이완구 후보자는 이미 인사청문 과정에서 '언론통제' 의혹 등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이 와중에 임기마저 반쪽총리로 시작하는 경우 '책임총리'로 역할하기에는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다른 관계자는 "본회의를 한차례 연기해 준 만큼 명분은 우리 쪽에 있고, 야당도 '3연속 총리 낙마' 역풍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반쪽총리는 막아야 하기 때문에, 야당을 최대한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